[데스크라인]액티브X와 '설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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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액티브X와 '설치류(?)'

“액티브X 깔고 뭐 깔고 깔고 깔고….” 요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엄청난 공감을 받고 있는 동영상 내용이다. 한국인을 '설치류'로 만든 이야기다. 동영상 속 주인공은 정부 민원사이트에 접속해서 겪은 어려움을 공무원에게 이야기한다. 경제생활을 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하다.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발급 과정에서 겪는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다 보면 지치기 일쑤다.

동영상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공인인증서를 받기 위해 액티브X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민원사이트 회원 가입을 해야 서류를 발급할 수 있는데 비밀번호도 복잡하게 설정해야 한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설정한 후에 왜 또 로그인을 하냐고 푸념한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복잡한 비밀번호를 방금 설정했는데도 잊기 일쑤다. 어려운 공인인증서 발급과 회원 가입을 마쳤는데도 여전히 서류 발급을 하지 못해 공무원에게 하소연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인인증서 폐지와 액티브X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을 더 이상 설치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고, 좀 더 편리한 대국민 서비스를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은 신기술 기반 전자서명 서비스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가 여전히 있지만 산업 쪽은 설치 늪을 벗어나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 국민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생기면서 편리한 보안과 인증에 눈을 떴다. 은행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한다. 보안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비대면 거래를 안전하게 이끄는 다양한 신기술과 방법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서비스를 경험한 국민은 더욱더 정부민원 사이트가 답답할 따름이다.

운용 프로그램을 깔든 깔지 않든 지금은 다양한 기술이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시대다. 국민을 설치류로 만든 전자정부 사이트는 한때 세계 전자정부 1위 자리에 오른 서비스다. 정부는 최근 기존 전자정부 서비스에서 업그레이드 된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민원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하던 작업을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옮긴 수준이다. 동사무소나 대법원에서 발급받아야 하던 각종 공문서와 증명서를 가정 PC에서 프린트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면서 '깔고 또 깔고'를 반복하는 서비스가 됐다.

디지털정부 혁신은 단순히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PC에서 각종 공문서를 출력할 필요가 없다. 주민등록등초본 등 각종 증명서를 내려 받아 출력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전자지갑에 저장해서 관공서나 은행에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게 한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존에 일하던 방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계의 화두 역시 '디지털 전환'이다. 일하는 문화와 방식을 디지털로 바꿔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업이 세계를 선도한다.

국가와 정부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과거 선도 입장이던 전자정부 서비스가 각종 보안 프로그램이 덧붙여지면서 누더기로 변했다. 디지털 정부는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금 국민이 대정부 서비스에서 가장 불편해 하는 점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게 고효율인지 세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김인순 SW융합산업부 데스크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