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응시생 50만 밑돌아... 초고난이도없고 중위권 변별력 높을 듯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모습. 연합뉴스

학령인구 감소와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적용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이 처음으로 50만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공식 사과까지 해야 했던 초고난이도 문항은 없었으나 중위권 학생들이 어려워할 문항이 대폭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2020학년도 수능에 54만2926명이 지원했으나 3교시 영어영역 기준 6만578명(11.16%)이 결시, 48만2348명이 시험을 치렀다고 14일 밝혔다. 결시율은 역대 최고다.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로 재학생 지원자가 대폭 줄었다. 27년 수능 역사상 가장 적은 지원자를 기록했다. 이번 시험에 지원한 수험생은 54만8734명으로, 전년 대비 4만6190명이 줄었다. 이 중 재학생은 39만4024명, 졸업생은 15만4710명이다. 재학생은 전년 대비 5만4087명이 감소했으나 졸업생 지원자는 지난해보다 6789명 늘었다.

수시 모집에서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대학이 늘어나면서 결시생도 증가했다. 고려대, 서강대 학생부종합 일반형,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이화여대 미래인재전형 등을 제외하고 많은 대학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일반전형, 연세대 수시 모든 전형, 서강대 자기주도형, 성균관대 학생부종합전형,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 중앙대 학생부종합전형, 한국외대 학생부종합전형,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전형 등이다. 지방 소재 대학들이 주로 운영하는 수시 학생부 교과전형 역시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능 영역별 시험이 끝난 후 해당 과목 교사들이 직접 시험문제를 풀고 분석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묵 경신고 교사,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가 국어영역이 종료된 후 신유형과 고난이도 문항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수능 영역별 시험이 끝난 후 해당 과목 교사들이 직접 시험문제를 풀고 분석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묵 경신고 교사,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가 국어영역이 종료된 후 신유형과 고난이도 문항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48만여명이 응시한 2020학년도 수능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지난해 또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험을 접한 교사들과 입시업계에서도 초고난이도 문항은 없다는 출제위원들 진단에 동의했다. 가장 어려운 고난이도 문항도 전년에 비해 난이도가 낮아 수능으로는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어영역은 31번 초고난도 문항으로 논란이 됐던 지난해에 비해 쉬운 것은 물론이고 9월 모의평가보다도 쉬운 난이도로 출제됐다고 교사들은 진단했다. 특히 가장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인문·과학 지문은 전년보다 짧게 나온 데다 EBS 연계 문제로 나왔다. 올해 가장 어려운 문제는 홀수형 기준 40번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다룬 사회문제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국어는 전체적으로 쉬운 난이도 속에서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2~3개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됐다”면서 “1교시 시험이 전년보다 평이해 학생들이 이후 시간 시험을 치르는데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영역 역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고난이도 문항 수준은 전년보다 쉬웠다는 평이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나형에서 30번은 3차 함수 실근 조건과 그래프 개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다. 가형 30번 역시 지수·로그 함수와 미분계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한 문제다. 수학영역은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아 중상위권 학생들이 풀기에는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영역은 어렵게 출제된 전년에 비해서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종로학원은 “1등급 학생 비율은 전년도 5.3%에 비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2~3등급대 학생들이 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