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전기차 산업, 설계·생산 분리로 경쟁력 높여야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이재석 카페24 대표
<이재석 카페24 대표>

자동차 시장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공유자동차'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바꿀 것이 확실시 된다. 전기차 대표 주자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이미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었다. 다양한 전기차가 우리나라 도로에서 주행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기차를 생산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이러니하다. 생산 수준 자체만 보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난도가 낮다. 부품 수도 현저히 적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클러치, 변속기 등 수많은 장비가 필요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만으로 만들 수 있다.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 수는 평균 3만여개에 이른다. 전기차는 1만여개로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복잡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부품 간 모듈화로 원활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쉽게 조립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대기업의 1·2차 협력사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양산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북미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높은 자동차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테슬라도 양산 문제를 안고 있다. 테슬라는 기본 공정부터 시장 내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보급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는 많은 강점에도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세밀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도장 공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소비자가 많다. 전기차 시장에서 호령하고 있는 테슬라도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해결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양산은 규모의 경제와 연관된다. 특히 도장 공정을 비롯해 배터리 수급, 다양한 조립 공정 등은 대량 공급 구조를 갖춰야 가격 전반을 낮출 수 있다. 가끔 일상에서 만나는 전기차의 내·외장재가 도장 공정을 거치지 못한 채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것을 보면 아직 전반에 걸친 수준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현재 전기차 산업은 쉬운 조립·제작과 어려운 대량생산이 상충된 상황이다. 이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 변화하는 시스템과 맞물려 동작하지 못한다면 시장 경쟁력은 불가피하게 하락한다. 양산 시스템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이를 극복할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제조업체 TSMC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TSMC는 퀄컴, AMD 등 주요 고객사들이 기획·설계한 칩을 양산한다. 복잡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 기획·설계만 담당하는 기업과 이를 받아 효율화 및 체계화해서 양산하는 기업이 분업하는 형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도 이 같은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은 기본 생산 난도가 낮은 데다 양산에 따른 강점이 많아 설계사와 생산 업체로 분업하기 적합한 구조다. 전기차업계는 설계에 집중하고 대규모 제조 공정을 갖춘 기업이 생산을 전담하면 양산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는 기획·설계부터 생산 단계까지 일괄로 내재화해야 하던 기존 자동차 생산 체계가 분리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가 이 같은 변화에 대비, 경쟁력을 선제 확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