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너진 기업, 극복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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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한쪽은 무너졌고 다른 한쪽은 고비를 넘겼다.' 지난 3분기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 기업 실적을 취합하니 이 말이 떠올랐다.

한-일 경제전쟁 동안 일본 불화수소 주요 기업인 스텔라케미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나 줄어든 15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스텔라 경영 상황이 매우 어려워졌고, 또 다른 일본 불화수소 공급 업체인 모리타 화학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불화수소 부족분을 채운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불황기에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SK하이닉스에 불화수소 대체품을 공급한 램테크놀러지는 7억3600만원에서 15억860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8월 중순부터 액체 불화수소 대체품을 공급한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84%나 증가한 197억8900만원을 달성했다. 함께 공급한 솔브레인 역시 같은 기간 7.3% 오른 약 502억원을 기록했다. 솔브레인 신규 불화수소 설비인 공주 제2 공장 양산 준비 작업도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된 초기인 7월만 해도 많은 사람이 불화수소를 빠른 시일 안에 대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불화수소 공급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평가에 실적 오름세까지 이어졌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아직 대외 위기에 대응하려면 반도체 재료 전반에 걸쳐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재료 생태계는 열악하다. 일본의 또 다른 수출 규제 품목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업은 전무하다. 소자 업체와 협업할 수 있는 기초 연구 단계마저 도달하지 못한 소재 기업이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제 국내 소재 산업의 실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모두 절실하게 느꼈다면 더욱 적극 움직여야 할 때다. 정부의 공공 테스트베드 투자 등 기초 연구개발(R&D)을 촉진하겠다는 움직임이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대·중소기업 간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목소리도 업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번 사례가 매번 지적된 '꾸준한' 투자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모두가 똘똘 뭉쳐 힘을 내야 할 때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