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막힌 '데이터3법' 처리…한국 AI, 뇌경색 일으킬라

본회의 통과 공언도 '공수표'로 선진국선 산업 접목 활발한데 한국은 규제로 미래산업 위기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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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업의 혈관인 데이터가 규제에 막히면서 우리나라 인공지능(AI) 경쟁력이 도태되고 있다. 데이터라는 피가 돌지 않으면서 AI 기술 융합 후방산업도 덩달아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카커머스, 핀테크,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국가 육성 사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AI학습도구로 활용되는 빅데이터 활용이 막히면서 AI분야는 물론 연결되는 실산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AI 산업 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첫 단추로 '국회 데이터3법 연내 개정'을 또 다시 촉구했다.

19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렸으나 AI 기술 밑거름이 될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처리는 무산됐다. 지난 12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해 본회의 통과를 공언했지만 일주일여 만에 공수표가 됐다.

데이터 3법 가운데 빠른 처리가 기대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가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을 19일 이전으로 당기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심사 속도가 가장 늦다. 과방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후 단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과방위는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를 둘러싼 여야 갈등 때문에 법안소위 일정도 잡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나서서 데이터 3법 처리를 약속했지만 연내 처리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AI 기반 기술을 활용하는 신수종 산업계는 또 한 번 좌절했다.

IT전문조사기업 IDC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량은 2015년 8.6ZB(제타바이트:1ZB=약 1.1조 GB)에서 2020년에는 40ZB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AI기술에 접목해야 다양한 후방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한국이 데이터 3법 계류로 AI 분야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이에 다른 국가들은 데이터를 여러 산업에 접목하며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했다. 제조부터 모빌리티·인프라 등 모든 영역에 데이터를 혈관으로 활용, 엄청난 부가 가치를 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IoT다. 가트너에 따르면 IoT로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기기대수는 2020년, 250억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IoT를 국가 육성 전략으로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개발과 제조, 유통 프로세스를 IoT를 통해 최적화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GE를 중심으로 IBM, 인텔, SAP, 슈나이더일렉트로닉이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을 만들어 200개 이상 회원을 두고 있다. 일본은 히타치제작소와 도요타 자동차가 참여했다. IoT를 연결하고 구동하는 핵심이 바로 AI기술이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은 AI를 통한 7가지 신사업 경쟁에 들어갔다. 모든 산업이 가명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모든 사물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조회·관리하는 모바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맞춤형 결제가 가능한 커머스 △부엌이나 욕실 생활 일용품을 모니터링하고 자동 구입할 수 있는 가전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시장을 창출한다.

△VA/AR기술과 클라우드를 접목한 오락 △웨어러블로 건강사태를 매일 수집, 진료와 투약, DNA를 조합한 예방의료 부문 헬스케어 △드라이브 스루와 요금지불이 가능한 자동차 결제(카커머스) △홈 시큐리티와 고령자 삶을 24시간 지켜주는 가정 산업 등도 주목된다.

AI는 핀테크(금융) 부문에서도 파괴력을 갖는다.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 개인화 기능, 디지털 비서 등 AI를 활용한 혁신 금융서비스가 등장했다. 한국은 데이터 활용과 공유가 막히면서 7가지 미래 사업군은 물론 후방산업 전체가 신사업 기회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데이터 3법 연내 처리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3개 법안 모두 상임위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

법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에도 숙려기간 5일이 지난 후부터 심사가 가능하다. 이번주 안에 개인정보보호법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신용정보법과 정보통신망법은 각각 정무위와 과방위 법안소위 및 전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이 다음 달 10일 정기국회 종료 후 내년 총선 준비 모드에 들어가면 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는 점도 우려된다.

업계는 국회에 AI 산업 자양분이 될 데이터 3법의 조속 처리를 촉구했다. 연내 처리 불발 시 우리나라가 AI 분야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기업부터 금융사,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최근 금융 당국 등에 데이터 3법 처리 의견서를 전달했다.

네이버는 의견서에서 “데이터 결합·활용으로 인한 고객 혜택 확대, 머신러닝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데이터 3법 통과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 피플펀드는 “신정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원활한 데이터 활용과 신용정보 재생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KEB하나은행은 “현행 신정법에 따른 규제로 인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신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며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