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가 바라본 미디어 생태계···"IPTV-케이블TV 공진화 가능"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생물학 관점에서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이후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 구성을 위해 나아갈 방향이 제시됐다. IPTV와 케이블TV 출발점이 다르지만, 인수합병(M&A) 이후 시너지창출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IPTV방송협회가 주최한 '지미콘(GeMeCon) 2019' 기조연설에서 “식물 세포 구성 요소인 엽록소, 미토콘드라아는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상호 발전해왔다”며 “IPTV, 케이블TV도 적대적 관계였지만 공진화(Co-evolution)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생물학적으로 생태계 구성원이 다양할 때 생산성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도 지상파 방송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홈쇼핑 사업자 등 모든 구성원과 상생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단일 식물을 키우기보다 32종류 식물을 섞었을 때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객체별 필요한 자원 차이가 있어 동일한 자원을 가정하더라도 생산성은 증대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생태계 구성원간 협력 필요성도 주장했다. 경쟁만으론 생태계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미어캣은 일부가 동족을 위해 두발로 서서 주위는 살피는 데, 이는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 행동”이라며 “생물학적으로 유전자를 남기는 데 이런 이타적 행동은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인위적 미디어 생태계 구성 및 조성은 지속될 수 없다며 경계했다.

그는 “인위적 조경은 호수 옆 생태계에서 유지되지 못한다”며 “생태계 핵심인자인 '물 높이' 변화에 따라 땅과 습지가 나뉘고 생물이 자라나 생태계가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생태계 부양을 위해선 '물'과 같은 생태계를 움직이는 핵심인자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위적 정부 개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유료방송사는 다양성 증대를 어떻게 할 건가, 협력은 어떻게 할 건가, 핵심조절 인자는 무엇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미콘은 IPTV방송협회가 미디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주최한 행사다. 강 교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뉴미디어 등장 전후 양상, 미디어 생태계 시장 구조와 쟁점, 미디어 시스템 성찰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유정아 IPTV방송협회장 “앞으로 행사 참여를 늘려 가까운 미래에 우리 미디어 전체와 학계가 함께 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지미콘이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