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러스]<르포>산꼭대기 송전선로 고장, AI 드론이 책임진다

김석태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맨 왼쪽)과 후배 연구원들이 AI 드론 비행을 앞두고 기술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김석태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맨 왼쪽)과 후배 연구원들이 AI 드론 비행을 앞두고 기술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드론 비행을 시작합니다.”

김석태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외침과 동시에 배터리 6개·카메라·짐벌 등을 탑재한 드론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비행을 시작했다. 30초 정도 지나자 노트북 모니터에 송전선로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드론은 수백 미터 떨어진 산꼭대기 송전선로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했다. 최대 2㎞ 밖에 있는 송전선로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먼 거리에 육안으로 간신히 식별 가능했던 드론은 고정 자세를 유지한 채 짐벌(수평 유지기기)만 움직여 각종 설비상태를 보여줬다. 사람이 직접 점검하면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최소 2~3시간 이상 소요되는 작업이다.

AI 드론이 목표지점(송전선로)를 향해 비행하고 있다.
AI 드론이 목표지점(송전선로)를 향해 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송전선로를 점검하는 자동비행 드론 운용기술을 지난 201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 현장에 적용했다. 2년 전부터는 송전선로 순시(巡視)에도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AI 기술을 접목해 성능을 고도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AI 드론을 활용한 송전선로 점검은 엔지니어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특히 효과를 낸다. 강횡단 지역·해월구간·산간지역 등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송전선로가 주요 대상이다. 특히 산간지역은 장애물이 많고 철탑 구조물이 간섭을 일으켜 통신장애가 빈번하다. 연구원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론과 AI 기술을 융합했다고 설명했다.

AI 드론이 수백미터 떨어진 송전선로에 접근해 애자련(절연체), 스페이서, 피뢰기 등을 자동으로 구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AI 드론이 수백미터 떨어진 송전선로에 접근해 애자련(절연체), 스페이서, 피뢰기 등을 자동으로 구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송전선로에 접근한 드론이 애자련(절연체)·스페이서·피뢰기 등 설비를 자동 구분하는 핵심기술이 AI다. 엔지니어는 목표지점만 설정할 뿐 나머지 작업은 모두 AI 드론이 자동 수행했다. 각종 설비를 자동 인식한 후 줌·아웃 기능을 통해 작업자가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엔지니어가 철탑에 매달려 송전선로를 직접 확인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취월장했다. 점검을 마친 드론은 AI 기술로 지상에 그려진 'H(Heliport 약자)'를 인식, 낙하지점까지 정확하게 감지했다.

AI 드론이 수백미터 떨어진 송전선로에 접근해 애자련(절연체), 스페이서, 피뢰기 등을 자동으로 구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AI 드론이 수백미터 떨어진 송전선로에 접근해 애자련(절연체), 스페이서, 피뢰기 등을 자동으로 구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AI 드론이 각종 설비를 자동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장 여부를 즉시 판단하고 이미지를 전송하는 것이 연구원의 최종 목표다. 고장설비 이미지를 스스로 학습하고 이와 유사한 장면이 포착되면 고장으로 간주해 엔지니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로 내년이면 연구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이는 드론이 1시간 분량 영상을 담아오면 작업자가 일일이 영상을 보면서 설비 결함을 찾아야했던 기존 방식과 극명히 대조되는 기술이다.

연구원은 AI 드론이 다양한 송전선로 고장사례를 딥러닝할 수 있도록 미국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교환하고 설비고장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장설비를 가려내고 수소연료전지 배터리팩을 탑재해 체공시간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2018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이벤트는 1218대 드론이 만들어낸 '라이트쇼'였다. AI 드론은 사람 눈을 즐겁게 하는 역할은 물론 사람 눈을 대신하는 '안전 지킴이'로도 손색없다는 인상이 강했다. 우리나라가 AI 드론 미래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에서 '최선봉'에 설 수 있을 거란 조심스러운 예감도 들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