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한전이 요금 '좌지우지'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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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T 구로빌딩에서 직원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서울 KT 구로빌딩에서 직원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가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낮게 책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요금산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2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산업계에 제3자 PPA로 결정하는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가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낮게 책정될 수 없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PPA는 기업구매자가 발전사업자로부터 계약 기간동안 사전에 협의한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상 발전과 판매를 병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 정부가 기업·발전사 간 계약에 한전을 참여시키는 '제3자 PPA' 제도를 대안으로 내놨다. 기업 재생에너지 전기사용을 독려하고 RE100 참여를 늘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한전이 제3자 PPA를 통해 정하는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액에 전례없는 조건을 붙이겠다고 나서면서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제3자 PPA 요금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높아야 한다'는 캡을 씌웠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h당 110원이라고 가정하면, 기업구매자와 발전사가 협의하는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액은 ㎾h당 110원보다 반드시 비싸야 한다는 의미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액을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낮게 책정하면 차액을 정부 또는 한전에 어떤식으로든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전은 △제3자 PPA를 통해 발전사와 기업이 장기계약을 맺을 경우 이는 기업 부채로 부담될 수 있어 5년 이상 계약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를 고려해 제3자 PPA 요금산정 기준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수십여개 국가가 PPA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부 또는 전력공기업이 요금계약 기준에 조건을 붙인 사례는 전무하다. 대다수 기업은 기업구매자와 발전사가 △증가 없는 고정가격으로 협상하거나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증가율을 인정하는 계약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전력공기업이 PPA 요금을 직·간접 규제하는 세계 첫 국가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우리가 얻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제3자 PPA 요금산정 방식을 견제하는 건 전력시장에서 독점지위권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기업과 발전사 간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액이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저렴할 경우, 한전 시장지배력은 약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전 입장에선 제3자 PPA 도입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전은 산업계에 제3자 PPA 요금산정 기준에 대한 현황 및 입장을 전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직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3자 PPA 등과 관련해 산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은 시뮬레이션(시범사업) 과정을 거쳐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