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선택과목 통해 블록체인 전문가 꿈꿔" 고교학점제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

“흐릿한 꿈도 딱히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선택과목을 통해 C언어를 배우면서 블록체인 전문가라는 꿈을 찾았습니다.”

유승한 부산 동성고 3학년 학생은 지난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선택해 들은 후 컴퓨터 언어 구조를 배우는 과정에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유 군의 친구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울 목적으로 로봇 관련 수업을 들은 후 로봇에 흥미를 갖게 돼 진로를 찾아갔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과 심화 과정을 통해 꿈과 진로를 설계해 간다는 고교학점제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택과목 중 하나인 여행지리 수업 시간. 여행과 지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민석 학생은 미국 콜로라도 사막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미국에서 태양열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전력 관련 기업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택과목 중 하나인 여행지리 수업 시간. 여행과 지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민석 학생은 미국 콜로라도 사막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미국에서 태양열 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향후 전력 관련 기업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키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 반응에 따라 교사도 변해갔다. 나이가 적고 많고를 떠나 지금과 같은 주입식 수업을 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남경출 영어 교사는 “연구학교를 통해 얻은 수확이라면 모든 교사 마음에 수업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의 씨앗이 함께 자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직원 모임을 통해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잘됐던 수업과 실패했던 수업을 모두 공유하면서 어떤 수업을 설계해 갈 것인지 고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성고는 지난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올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돼 다양한 선택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지리·융합과학·과학사·음악연주 등 등 정규 시간 내에 선택과목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방과후 시간에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심화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다.

고급생명과학, 물리실험, 체육전공실기, 심화영어회화, 비즈니스 영어 등 전문교과만 올해 32강좌를 개설했다.

심화 과정이 있어 사교육 의존도도 줄였다. 조승래 학생(2학년)은 “심화과정이 있어 충족이 되니 학원을 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창수 동성고 교장은 “대입 실기 시험을 위해 학원을 찾았던 학생들까지도 실질적인 기구를 놓아주니 5명 정도가 방과후 수업을 이용해 학교에서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년 2학년 학생들은 영화감상과 비평, 항공기 일반, 디지털 논리회로 등 55개 과목 중 9개 과목을 선택해 듣게 된다. 이들은 3학년에 올라 비즈니스 영어, 항공기 기체 제작, 로봇 하드웨어 개발 등 91개 과목 중 11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2학년 학생이 31개 중 8개 과목을 선택하는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나게 된다.

과제도 있다. 선택과목을 늘리고 있지만 교사·강사 확보가 관건이다. 한 교사가 전공을 나눠 여러 과목을 개설하다보니 동성고에서도 4개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도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려고 해도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정규 과정을 맡기는 것은 시간 문제도 걸린다.

이창수 교장은 “로봇, 항공 분야 개설을 하려고 해도 강사가 극소수”라면서 “방과후 수업은 강사가 본업을 끝내고 와서 한 두 개 학교를 방문하는 식으로 해결이 되겠지만 전국적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이 된다면 강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과목을 듣는다고 해도 대입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조 군은 “학교에서 진로 선택을 위해 다양한 과목을 열어준다고 해도 지금 입시는 성적이라는 숫자에 맞춰져 있어서 현실과 맞지 않은 것 같다”며 “대학이 다양한 역량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