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끝내 결렬되나?…EU, 막판 뒤집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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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논의가 끝내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합의안 통과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지만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EU)의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세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운명의 날은 내년 1월 22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열리는 G20 회의에 디지털세 합의안 초안을 제출한다. 회원국으로부터 의견을 수집,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내용으로 작성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 윤곽이 대체로 드러났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디지털세 회의에서 OECD는 디지털세 납부 대상으로 제조업을 포함시킨 미국 측 안에 지지를 보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OECD가 디지털세에 대한 미국의 뜻에 동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바람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회원국 만장일치 찬성으로 합의안이 도출돼야 하지만 균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U가 OECD, 미국에 맞설 채비에 나섰다.

프랑스가 선봉에 섰다. 다국적 디지털기업에 한해 매출에 일정 세율을 곱해 법인세를 물리는 EU식 디지털세를 추진할 예정이다. 르메르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안에 EU 파트너들이 이 같은 방안에 동의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당장 내년부터 디지털세를 부과할 수 있다.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매기는 법안이 이미 프랑스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EU 전역으로 과세 행렬이 이어질 공산도 크다. 영국이 내년 4월부터 매출의 2%를 디지털세로 걷겠다고 밝힌 바 있다.

OECD가 EU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없다. 논의 막판에 미국이 제시한 제조업 카드를 수용한 것이 EU에 반대 명분만 만들어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미국 압력으로 상황이 미국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몇 나라만 반대해도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1월 말 합의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OECD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면 EU 독자 행보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OECD 디지털세가 불발되더라도 EU 차원의 디지털세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OECD가 디지털세 문제에 완전히 발을 뺄 확률은 낮다. 디지털기업에 적정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새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국도 OECD를 부추겨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게 할 수 있다. EU 디지털세에 견제구를 던지지 않으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자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최대 피해자로 몰린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합의 불발 시 OECD와 미국이 주도해 온 과세안 대신 EU가 독자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짙다”면서 “국내 기업도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