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퀀텀닷 소재업체 '나노코' 매물로…韓-中, 차세대 소재전쟁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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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코의 퀀텀닷 재료 (사진=나노코)
나노코의 퀀텀닷 재료 (사진=나노코)

영국의 퀀텀닷(QD) 소재 기업인 '나노코'가 지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QD비전에 이어 나노코가 매물로 등장하면서 차세대 재료인 퀀텀닷 기술을 선점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눈치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나노코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한국, 중국 등의 주요 기업에 매각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이다.

매각 주간사는 QD비전 매각을 담당했던 에버코어(Evercore)다. 국내 대행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주요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인수 의사 타진을 시작했다.

나노코는 카드뮴계보다 기술 난도가 높은 비카드뮴계 퀀텀닷 기술을 보유했다. QD비전, 나노시스와 함께 대표적 글로벌 퀀텀닷 재료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종합기술원이 2016년 QD비전 IP를 7000만달러(약 830억원)에 인수하면서 나노코와 나노시스만 남았다.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QD필름을 결합한 QLED TV를 내놓으면서 퀀텀닷 재료 시장 성장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예상 외로 중국 TV 제조사의 QLED TV 판매가 부진해 관련 재료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나노시스는 SK 등 여러 기업이 인수를 위한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나노코 인수전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은 디스플레이용 퀀텀닷 기술뿐 아니라 퀀텀닷을 이용한 차세대 이미지센서 기술을 갖췄기 때문이다.

나노코는 차세대 이미지센서에 적용할 수 있는 퀀텀닷 기술을 새롭게 확보하고 애플과 상용화를 준비해왔다. 애플은 퀀텀닷이 디스플레이 색재현력을 높이는 등 화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이미지센서에 퀀텀닷을 적용해 이미지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봤다.

증강현실(AR)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데도 퀀텀닷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적외선(IR) 센서에 퀀텀닷을 이용하면 빛이 없어도 물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나노코에 차세대 퀀텀닷 이미지센서 기술 개발과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1억1710만파운드(약 260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디자인 문제 등을 이유로 자사 아이폰에 퀀텀닷 이미지센서를 적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와 무관하게 나노코는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기업과 퀀텀닷 이미지센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나노코는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용 등을 포함해 약 750개 IP를 보유했다.

나노코는 기업 매각, IP 매각, 지분 일부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염두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과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서너개 중국 기업이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QD비전 인수전에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등 의욕을 보였던 중국 벤처기업 엔엔크리스탈(NN Crystal)이 나노코 인수전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엔크리스타은 중국 정부가 퀀텀닷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한 전문 벤처기업이다. 퀀텀닷을 20년 이상 연구한 저명한 학자인 펑샤오강 저장대 교수가 설립했다. 이 외에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인수전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참여기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퀀텀닷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뿐 아니라 이미지센서,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성장성을 감안해 다양한 분야 기업이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중국이 나노코를 인수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카드뮴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비카드뮴계 퀀텀닷은 기술 난도가 높아 소수 글로벌 기업만 생산한다. 나노코를 인수하면 단숨에 비카드뮴계 기술을 갖추는 셈이어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다.

최근 중국 엔엔크리스탈이 나노시스에 특허 침해를 제기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퀀텀닷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나노코가 다양한 기업과 협력해온 만큼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추후 다양한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