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병특, 스타트업 보내자…오작교는 정부가

[기자수첩]병특, 스타트업 보내자…오작교는 정부가

인공지능(AI)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한 곳을 방문했다. 실적 상승 비결로 병역 특례 제도를 꼽았다. 반년 전 해당 제도를 통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AI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병역 특례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는 A씨의 활약은 눈부시다. 회사 내 직책은 'AI 리'다. 평일에는 보통 오전 6시에 출근한다. AI 분야 연구 논문을 매달 국제학술지에 싣는다. 벌써 5편 넘게 실었다. 글로벌에서도 흔치 않은 성과다. 회사 위상이 덩달아 크게 높아졌다. AI 시스템 고도화에도 주도 역할을 한다. 다른 개발자들이 그의 실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회사 전 직원이 A씨 잡기에 나섰다. 복무를 마친 후에도 함께 일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부분이 연구요원을 뽑길 원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병역지정업체 선정 기준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두 단계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 병무청은 추천 명단 가운데 실태조사를 통해 매년 병역지정업체를 선발한다. 그때 연구 인력 규모가 클수록 유리하다. 연구개발(R&D) 활동을 위한 독립 공간과 기자재도 갖춰야 한다.

현재 이공계 분야 석·박사 과정 연구요원 정원은 2500명이다. 이들 가운데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복지 환경이 좋거나 안정된 회사를 선호했다. 지금은 작은 조직에서 도전적 일을 경험해 보려는 연구요원이 늘고 있다. 대기업에서 복무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트업과 연구요원을 연결할 방법을 고민해 볼 때다. 병역 특례 제도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성장에 연구요원이 기여한다면 사회 가치 실현에 부합한다. 혁신 성장이라는 정부 경제정책 기조와도 일치한다.

둘 사이 오작교는 정부가 놓아야 한다. 먼저 병역지정업체 문턱을 스타트업 사정에 맞게 낮춰야 한다. 업체 선발 작업에 스타트업 담당 부처나 기관을 참가시켜야 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나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같은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구요원 유인책도 꾀해야 한다.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을 택할 경우 임금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안이 효과를 볼 수 있다. 병역 특례 혁신 씨앗이 사회 가치 실현과 스타트업 경쟁력 강화로 싹트길 기대해 본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