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알파벳 CEO 사임…후임자는 피차이 구글 CEO

레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레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오랫동안 구글 경영에 깊이 관여한 것은 큰 특권이었다. 이제 조언과 사랑을 제공하지만 매일 잔소리는 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부모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 구글 공동 창업자이자 20년 이상 회사를 이끌어 온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알파벳 CEO를 겸한다.

3일(현지시간) 페이지와 브린은 공동 성명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알파벳이 잘 구축되고 구글과 다른 자회사들이 독립 기업으로 운영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영 구조를 단순화할 시기”라면서 “알파벳과 구글에는 더 이상 두 명의 CEO와 한 명의 사장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브린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들 두 구글 창업자는 1995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으로 만나 1998년에 구글을 창업했다. 구글 검색 랭킹 알고리즘의 기초인 페이지랭크 창안자가 페이지다. 2001년 외부에서 초빙한 전문 경영인 에릭 슈밋에게 구글 CEO를 맡겼지만 2011년부터 페이지가 다시 직접 경영을 맡았다. 2015년에 새로운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되면서 슈밋은 이사회 의장, 페이지는 CEO, 브린은 사장이 됐다. 구글 CEO는 피차이가 이어받았다.

피차이 CEO는 인도 출신의 공학자로,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 탄생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2011년 구글 크롬 수석부사장, 2014년 구글 수석 부사장을 거쳐 2015년 구글 CEO직을 맡았다. 이날 피차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2004년 페이지와 브린을 처음 만났고, 그들의 지도력과 통찰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나와는 역할이 다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사회 멤버와 공동 창립자로서 조언하며 계속 함께 일할 것이다”면서 “이 전환이 알파벳 구조나 일상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브린 두 공동 창업자는 2015년 알파벳 설립 이후 구글 관련 공식 석상에서 거의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페이지는 자율주행기술 자회사인 웨이모를 비롯해 신사업 감독에 집중했으며, 지난해부터는 구글 직원 정기회의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구글은 개인정보 데이터 보호 관행을 비롯해 사회에 미치는 잠재력에 대해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 조사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과 출석은 대부분 피차이 CEO가 맡았다.

외신은 “페이지와 브린 사임 후 회사 문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두 공동 창업자가 막대한 부와 함께 무엇을 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알파벳 주식을 고려할 때 1000억달러(약 120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자선이나 비영리 단체 설립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