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퀄컴에 대한 공정위 1조원대 과징금 정당”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놓고 맞붙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 소송에서 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 프랜드(FRAND) 확약 준수 여부 등 주요 쟁점에서 퀄컴이 위법했다고 판단했고, 과징금 1조원 처분도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노태악·이정환·진상훈 부장판사)는 4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퀄컴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공정거래법 소송은 전속고발권이 있는 공정위의 결정이 1심 성격을 띤다. 이 때문에 법리 판단은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2심제로 진행된다. 퀄컴 미국 본사인 본사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특허권 사업, 나머지 2개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셋 사업을 각각 하고 있다.

재판 쟁점은 △퀄컴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 여부 △프랜드 확약 회피 여부 △포괄적 라이선스로 인한 휴대폰 제조사 불이익 강제 위법 여부 등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퀄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했고, 프랜드 확약을 위반했다고 봤다. 다만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자신에게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한 계약과 관련해서는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공정위가 퀄컴에 물린 과징금 1조300억원에 대해 “이 사건 과징금은 적법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정위 측은 퀄컴이 독점 보유한 이동통신기술 분야에서의 표준필수특허(SEP)를 이용해 제조사와 부당한 거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양측 간 법정 공방은 2016년 12월 공정위가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쟁 관계인 모뎀칩 제조사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스와 관계없이 모뎀칩을 제공하도록 하는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공정위는 2016년 이들 3개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자신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경쟁 모뎀 칩셋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퀄컴 측은 이에 불복, 2017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말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으며, 본안소송에서도 퀄컴 등의 불복청구 상당 부분이 기각됐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