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인사]에너지·화학 계열사 변화보다 '실리' 택했다

SK그룹이 에너지·화학 부문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유임하거나 내부 승진시킨 것은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신성장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통해 '실리'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5일 SK그룹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을 유임하고 그룹 총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에너지·화학위원장을 겸임토록 했다. 김 사장은 1987년 ㈜유공에 입사, 2015년 SK에너지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부터 현재까지 SK이노 대표이사를 지낸 정유, 화학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김 사장을 주축으로 신성장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사업과 환경균형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터리사업 대표로 김 사장과 발을 맞춘 SK이노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지동섭 사장을 보임, 배터리 사업영역을 전방위로 확장한다. 지 사장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 배터리 생산 중심 사업구조를 여러 영역으로 넓히는 밑그림을 그려 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CEO 직속이던 E모빌리티 그룹을 편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를 신설,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배터리사업을 생산 수직계열화를 넘어 모빌리티, 에너지 솔루션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5월 김준 사장은 '전기차를 넘어선(Beyond EV)'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은 에너지·화학 계열사에서도 내부 승진 등 안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와 환경균형 전략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SK루브리컨츠와 SK인천석유화학 사장으로 각각 차규탁 SK루브리컨츠 기유사업본부장, 최윤석 생산본부장을 선임했다. SK에너지는 부문장급만 내부 승진시켜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 개발을 강화해 나간다. SK종합화학은 오토모티브사업부를 CEO 직속으로 재편, 패키징사업부 등 사업 모델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이종수 LNG 기획본부장과 정재학 LNG 시스템본부장 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SK E&S는 또 해외사업개발 부문장에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를 영입하는 등 선제적인 조직과 인사 재정비에 나섰다. 내년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 확대에 맞춰 LNG 밸류체인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신규 사업 고도화를 이끌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큰 변화 없이 안정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각 사별 부문장급 임원들의 세대 교체로 불확실성이 커진 세계 경영환경을 극복할 것”이라며 “딥체인지(Deep Change) 실행력을 강화, 지속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