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위기' 워커힐·신세계조선호텔, 비호텔 출신이 이끈다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신임대표(좌측)와 황일문 SK네트웍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신임 총괄
한채양 신세계조선호텔 신임대표(좌측)와 황일문 SK네트웍스 워커힐호텔앤리조트 신임 총괄

실적 부진을 겪는 워커힐호텔과 신세계조선호텔이 연말 인사에서 나란히 사령탑을 교체했다. 양사 모두 호텔업 경험이 전무한 재무·기획 전문가를 신임 수장으로 선임했다는 점에 이목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최근 정기 임원인사에서 황일문 기획본부장을 워커힐호텔앤드리조트 총괄로 선임했다. 도중섭 전 총괄에 이어 워커힐 사업부를 이끌게 된 황 신임 총괄은 삼성물산을 거쳐 2010년부터 SK네트웍스에서 전략본부장·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기획통이다.

앞서 신세계그룹도 정기인사에서 그룹 전략실 관리총괄인 한채양 부사장을 신세계조선호텔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한 대표 역시 2001년 입사 후 줄곧 그룹 내 재무를 담당해 온 재무통으로, 호텔업과 직접적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호텔업에 몸 담았던 인사가 대표직을 수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 인사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워커힐을 이끌었던 도중섭 전 총괄은 직전에 워커힐 본부장을 역임하며 호텔업 경험을 쌓았고, 이용호 전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역시 조선호텔에서 인사와 지원담당을 거쳐 대표직에 오른 케이스다.

이 전 대표 전에 신세계조선호텔을 이끌었던 성영목 대표도 신라호텔 출신으로 호텔업에 잔뼈가 굵은 인사였다. 호텔업 자체가 세밀함이 요구되는 고도의 서비스업인 만큼 이쪽 부문에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주로 배치해왔다.

그럼에도 비호텔 출신에 지휘봉을 맡긴 것은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워커힐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 10억원을 거두며 적자 전환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 2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회사 측은 여름 성수기인 3분기 평년보다 낮은 기온 탓에 호텔 야외수영장과 골프장 등 일부 영업장 수요가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타깃층이 겹치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이후 고객 이탈 심화와 무리한 프로모션이 실적 저하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 역시 올해 3분기 누적적자가 13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이 76억원이나 늘었다. 독자 브랜드로 야심차게 선보인 레스케이프의 부진이 타격이 됐다. 2014년부터는 5년째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 모두 기획과 재무에 능통한 경영 전문가를 구원투수로 투입해 가장 급선무인 수익성 개선은 물론 장기적 사업 플랜의 초석까지 닦겠다는 복안이다.

SK네트웍스는 전략·기획을 총괄하며 입지를 쌓아온 황 총괄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황 총괄은 재무 기획뿐 아니라 무역과 패션부문도 거치면서 B2B와 B2C 영역 모두에서 역량을 쌓아왔다”면서 “워커힐의 변화를 이끌어갈 적합한 인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도 내년 하반기 부산과 제주에 특급호텔을 오픈하고 서울 중구·강남구에 독자 비즈니스 호텔을 개장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앞두고 전략실 출신 한 대표를 통해 효율적 비용 집행을 꾀한다는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호텔 사업 확장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성공적인 사업장 확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일궈내야 하는 한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