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어는 곧 '기회'... 베트남 한국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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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호치민대 인문사회과학대학 한국학부 4학년 학생들이 스마트교실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모두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한국유학을 꿈꾼다. 한국학부 졸업 학생들의 취업 또는 진학률은 100%다.
<국립 호치민대 인문사회과학대학 한국학부 4학년 학생들이 스마트교실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모두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한국유학을 꿈꾼다. 한국학부 졸업 학생들의 취업 또는 진학률은 100%다.>

베트남 경제도시 '호치민'의 최고 대학인 국립 호치민대 인문사회과학대학(인사대)에서 '한국학부'는 가장 인기가 많은 학과다. 베트남의 수능이라는 '입학시험'은 문화·역사·영어 3개 과목으로, 인사대 합격 평균은 18~19점 정도다. 한국학부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23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베트남 국립대학은 호치민대와 하노이대 단 두 곳, 총리실 산하 조직이다. 그만큼 인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학부 학생들은 수재 중 수재다. 졸업생들은 영어 자격증까지 있다보니 한국 기업의 수요가 넘친다. 졸업 후 금융·제조업·연구기관 등 곳곳에 진출한다.

한국경제정치외교학과 4학년 반장인 응웬 프엉 웬니씨는 “졸업 후 한국에 유학해 석사 과정을 밟고 싶다”면서 “한국 사람과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치민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학생 수요가 아닌 교수·강사 부족을 걱정한다. 인사대도 마찬가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는 베트남 최초로 한국학 석사과정을 개설한다.

팜 딴 하 호치민 인사대 부총장이 한국학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00년부터 한국학부는 동방학부에서 독립해 단독 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해 배운다.
<팜 딴 하 호치민 인사대 부총장이 한국학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00년부터 한국학부는 동방학부에서 독립해 단독 학부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해 배운다.>

팜 딴 하 호치민 인사대 부총장은 “교수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한국정부가 교수진 충원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학만의 일은 아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는 인기 과목이다. 호치민 시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투득에 위치한 투득고는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개설한지 3년 만에 수강생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220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385명이 한국어를 선택했다.

이 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교육부·경기도교육청이 지원한 스마트교실에서 이뤄진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K-POP을 듣고, 가족과 K-드라마를 보며 한국기업에 취업하는 진로를 꿈꾼다. 한류로 친근하게 다가간 한국어가 베트남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준다. 한국기업에 취업하면 현지기업에 비해 두 배 넘는 월급을 받는다.

투득고의 한국어 수업. 이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2017년부터 선택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K-POP의 인기만큼 한국어 인기도 높다.
<투득고의 한국어 수업. 이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2017년부터 선택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K-POP의 인기만큼 한국어 인기도 높다.>
투득고의 한국어 수업. 이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2017년부터 선택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K-POP의 인기만큼 한국어 인기도 높다.
<투득고의 한국어 수업. 이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2017년부터 선택과목으로 운영 중이다. K-POP의 인기만큼 한국어 인기도 높다.>

더듬더듬 문장을 이어가던 학생들이 K-POP을 부를 때면 한국인인지 베트남인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유창하게 한국어 가사로 노래를 한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 협력이 강해질수록 한국어 인기는 높아진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이다.

레 응억 카이 투득고 교장은 “베트남과 한국 사이 우호관계가 형성되고 양국 지도자들도 관계를 강하게 맺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면서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채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투득고 2학년 마이 첨 학생은 “한국어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면서 “부모님도 열심히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어는 베트남에서 제2외국어로 채택돼 시범운영 중이다. 호치민와 하노이에서 각각 두 곳씩 4개 중등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했다. 베트남 제1외국어는 필수로 선택해 배워야 하는데, 영어·러시아어·일본어·중국어·불어다. 제2외국어는 자율적으로 선택해 배울 수 있는 언어로, 제1외국어 언어에 대해 독일어와 한국어가 2023년까지 시범교육 대상으로 포함됐다.

일본어는 10년동안 시범운영을 거쳐 제 2외국어가 된 후 2016년 제 1외국어로 승격했다. 한국어도 베트남이 정한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다.

한국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K은 감당이 어려울 정도다. 1년에 5회를 치른다. 지난해 TOPIK을 치른 학생은 2만3939명으로 전년 대비 29%가 늘어났다. K-POP이나 드라마 뿐만 아니라 시내 운동장 곳곳에서 태권도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띈다.

투득고 한국어 수업. 한국어 수업에서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접할 좋은 기회다. 사진은 투득고 학생들이 한국의 명절 음식에 대해 배우면서 송편을 직접 빚어보는 모습.
<투득고 한국어 수업. 한국어 수업에서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접할 좋은 기회다. 사진은 투득고 학생들이 한국의 명절 음식에 대해 배우면서 송편을 직접 빚어보는 모습.>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베트남과 한국 관계의 미래를 보여준다. 이미 베트남 GDP의 30%에 한국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한국어는 베트남 학생들에게 '기회'인 동시에, 성장 정체로 몸살을 앓는 한국 경제와 사회에도 큰 '기회'다. 문제는 수요를 감당할 강사나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어 능통자는 기업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은 강사나 교사 자리는 기피한다. 한국어 확산의 걸림돌이다.

고지형 한국교육원장은 “수요를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학생이 넘친다. 교육원에서 자체 강좌를 운영하는데 경쟁률이 높아 대학이나 경찰청 등이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도 운영한다”고 전했다.

호치민(베트남)=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