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한결 같이 무료 급식 봉사한 95세 정희일 할머니...'LG 의인상'

33년째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해 온 정희일 할머니(95)
33년째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해 온 정희일 할머니(95)

LG복지재단은 33년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봉사를 이어온 정희일 할머니(95)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정희일 할머니는 LG가 '15년 LG 의인상을 제정한 이후 역대 117명 가운데 최고령 수상자이다. 정 할머니는 1986년 서울 영등포구에 무료급식소인 현재의 '토마스의 집'이 문을 연 이후 백세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급식봉사를 실시했다.

정희일 할머니(95)가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정희일 할머니(95)가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간식을 나눠주고 있다.

토마스의 집은 1986년 당시 천주교 영등포동성당 주임신부였던 염수정 추기경(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성당 인근 행려인이 배고픔과 추위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천주교 신자들과 뜻을 모아 설립한 국내 최초 행려인 대상 무료 급식소다. 하루 평균 500여명, 연간 14만여명에 달하는 가난한 이웃이 이곳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정 할머니는 설립 당시 “영등포 역전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으니 그 분들이 배고프지 않게 밥을 나눌 봉사자를 찾는다”는 염 추기경 말에 봉사를 시작했다.

토마스의 집이 재정난 등으로 세 번이나 자리를 옮기는 동안에도 정 할머니는 묵묵히 다른 봉사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정 할머니는 토마스의 집이 문을 열지 않는 목요일, 일요일을 뺀 주 5일 동안 매일 아침 서울 당산동 자택에서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 인근 토마스의 집으로 출근했다. 한 끼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새벽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했다.

지금은 고령으로 음식 조리와 배식 봉사를 하기도 어려워졌지만, 오전 8시부터 식탁을 행주로 닦고 수저와 물컵을 놓는 등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친 이들에게는 간식을 나눠주는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오랜 기간 봉사를 이어오며 고된 노동으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체력이 약해져 봉사를 그만 두고 쉬는 게 좋겠다는 의사 만류에도 토마스의 집을 찾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정 할머니는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이 한 끼를 든든히 먹고 몸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봉사를 한 것 뿐”이라며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 상을 받기 위한 봉사가 아니었다고 LG 의인상 수상을 거듭 사양하기도 했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95세 나이에도 할 수 있는 한 어려운 이들을 위한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정희일 할머니의 진심 어린 이웃사랑 정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의인상을 수여키로 했다”고 말했다.

LG복지재단은 그 동안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수여하던 'LG 의인상'의 시상 범위를 올해부터는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한 선행과 봉사로 귀감이 된 시민들로 확대해 지원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