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청년이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미래포럼]청년이여,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는 '2019 글로벌 무역인력채용박람회'에 다녀왔다. 행사에 참가한 많은 젊은이와 상담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취업을 위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돼 있다고 보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보였다. 아무리 일본에 정보기술(IT) 인재가 부족하다지만 겨우 6개월 일본어와 IT 교육을 받고 채용될 것이라 생각하는지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와 취업을 추진하는 정부 관계자에게 되묻고 싶다. '재팬 드림'을 꿈꾸며 중국이나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 중심으로 각국의 일류 대학을 졸업한 유능한 인재들이 일본으로 몰리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청년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바로 정보화 선진국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해 온 경험이다. 1998년 대한민국을 덮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라는 경제 위기를 정점으로 하여 탄생한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IT 입국 정책과 속속 진행된 국가 정보화 정책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정보화 국가로 변모시켰다. 유엔 등이 격년제로 실시하는 세계 전자정부 랭킹에서 줄곧 1위를 지켜 왔고, 세계 도시 전자정부 랭킹에서도 서울시가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행정이나 의료·금융 서비스를 경험해 보면 우리처럼 정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모든 혁신은 현재 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우리 젊은이가 일본에서 일하면 일본 젊은이와 다른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관리자나 경영자에게 제기, 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즉 혁신을 이루기 위해 값싼 양질의 노동력도 필요하지만 일본 상황에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급 인재는 더욱 소중하다.

우리 젊은이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프로그래머 진출이 아니라 정보화 컨설턴트 진입을 고려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컨설턴트가 될 리는 만무하겠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세워서 진출해야 한다는 말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기본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컨설턴트로서 성장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한다.

일본은 NTT그룹을 필두로 IT 기업이 무려 8차까지 내려가는 다단계 하청 구조로 돼 있다. 각 하청 기업은 회사 등급별로 담당하는 업무가 정해진다. 예컨대 원청 회사는 컨설팅 업무, 2차 하청부터는 설계 업무와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한다. 하부로 내려갈수록 주어지는 업무는 지식 집약이 아니라 노동 집약 공정을 수행한다. 상부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본 인재 채용 관행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내년도 신입사원을 지금 채용하지만 일본은 2년 전인 지난해 이맘때 미리 채용을 확정하는 내정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당장 사람을 구하는 기업은 대부분 경력자 채용이거나 하류 공정 담당이다.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밀어내기 식으로 해외 취업을 추진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위험성이 크다. 상류 공정을 진행하는 기업 취업을 원한다면 아무리 신입사원이라 하더라도 일본어는 구사하고, IT 지식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최소한 신뢰할 만한 교육기관에서 1년 정도 일본어 교육과 IT에 대해 철저히 교육을 받고, 일본 내 일본어 학교에서 1년 정도 일본어 교육을 받기를 권한다. 그러면 일본의 일류 직장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영토는 좁고 지하자원은 빈약한 나라지만 인력 자원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좁은 영토에 너무 많은 똑똑한 인재들이 경쟁한다.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 정착에 성공한 유대인처럼 외부에서 조국을 지원하는 모습을 꿈꾼다. 청년이여, 꿈을 품어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이사 yomutaku@e-corporation.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