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네시아서 그랩과 전기차 셰어링 사업 '맞손'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처음 공개하고, 현지에서 전기차 기반의 공유경제 시장에 뛰어든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은 일부 수입업체를 통한 판매 외에는 판매 물량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상황이라, 현지의 전기차 시장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와 그랩(Grab)은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양투자조정부 청사에서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달식'을 갖고, 전기차 기반의 '카헤일링(Car Hailing)'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초 싱가포르에서 그랩과 함께 '코나 일렉트릭'을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앞에서 현대차 최윤석 인도네시아공장 법인장(왼쪽 첫 번째)이 그랩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인도네시아 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차량 열쇠 모형을 전달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앞에서 현대차 최윤석 인도네시아공장 법인장(왼쪽 첫 번째)이 그랩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인도네시아 대표(왼쪽 두 번째)에게 차량 열쇠 모형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인도네시아 루훗 빈사르 판자이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 밤방 브로조네고로 연구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최윤석 현대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장,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그랩 인도네시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랩과의 'EV 모빌리티 서비스'는 지난 달 26일 인도네시아공장 투자 협약 발표 이후 첫 번째 사업으로 아이오닉 일렉트릭 20대가 그랩 서비스에 투입된다.

현대차와 그랩은 내년 초부터 아이오닉 일렉트릭를 활용, 자카르타 지역의 차량 호출 서비스 운영을 시작해 내년 말까지 운영 대수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271km다. 급속충전기(50㎾)를 이용하면 50분 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국내외 출시된 전기차들과 비교해 높은 전비(전기1㎾h당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전기차에 대해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는 순수 전기차는 특별소비세율 0%가 적용된다. 또 구매자에게 추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보조를 같이 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 신속히 진입, 시장 선점의 기회로 삼고,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강화해 기업 이미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총 2억7500만 달러를 전략 투자하고, 그랩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전기차 모델을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탑승객 만족도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첫 시작은 싱가포르에서 출발했다. 현대차는 그랩에 '코나 일렉트릭' 200대 공급을 완료하고 싱가포르에서 전기차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동남아 주요 국가로 점차 확대해 나가는 한편 향후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분야에서 그랩과의 협력은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과 맞물려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현대차의 동남아시아 첫 공장으로서, 2021년 말 연산 15만대 규모로 가동을 시작한 뒤 향후 최대 생산 능력을 2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하는 소형 SUV(B-SUV), 소형 MPV(B-MPV), 전기차 등이 검토되고 있다.

최윤석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도가 적었지만,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대두와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심이 높아졌다”며 “향후 인도네시아 EV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그랩과의 EV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2025 전략' 발표를 통해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전개를 위한 지역별 차별화된 상세 전략을 공개했다.

△북미에서는 4단계 이상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해 카셰어링과 로보택시 실증사업을 전개하고 △한국, 아태, 동남아, 호주에서는 각 시장별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와의 제휴로 시장 진입을 추진하며 △서비스 시장이 성숙한 유럽과 러시아에서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서비스' 결합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