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일리스트, 점자사전 개발...시각장애인에 目 되다

브레일리스트가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 UN 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주관 전시회에 참가, 자체 개발 점자사전을 선보였다.
브레일리스트가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 UN 본부에서 열린 유니세프 주관 전시회에 참가, 자체 개발 점자사전을 선보였다.

시각장애인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모르는 점자가 나타나면 곧바로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키보드 혁신'이 만들어낸 혜택이다.

브레일리스트(대표 안재우)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사전을 개발했다. 점자책을 보다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곧바로 검색할 수 있다. 미니 키보드 형태로 만들었다. 신용카드 정도 크기여서 휴대성이 뛰어나다. 버튼을 한 개 또는 두 개 누르는 것만으로 점자를 알 수 있다.

점자는 점으로 구성된 글자를 일컫는다. 1개에서 6개 점으로 한 글자가 완성된다. 6개 점이 표현할 수 있는 점자 모양은 63가지다.

학습 과정이 까다롭다. 63가지 모양만으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글자, 표현들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글자를 이루는 6개 점 중 첫 번째 점이 올라와 있으면 자음 'ㄱ'이다. 하지만 숫자 1, 알파벳 A로도 해석된다. 헛갈리는 과학·수학 기호도 많다.

점자를 읽지 못해 공부를 포기하는 시각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전체 시각장애인중 95% 이상이 점자를 읽지 못한다. 모르는 점자가 있어도 찾아볼 방법이 없다. 브레일리스트가 이 같은 안타까움을 해소했다. 한 시간이면 누구나 점자사전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유용성 검증을 마쳤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으로 올해 1월 콜롬비아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콜롬비아 교육부가 참관했다. 당시 점자 독해 문제를 푼 결과, 평균 점수가 29점에 그쳤다. 그러나 점자사전을 쓰도록 했더니 90점으로 향상됐다.

올해 3월에는 스위스 제네바 UN 본부에서 유니세프가 주관한 전시회에 참여했다. '장애 아동이 공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라는 주제로 개최된 행사다. 총 21개 기업이 기술력과 제품을 소개했다. 아시아에서는 브레일리스트를 포함한 두 개 회사만 초대받았다.

안재우 브레일리스트 대표는 “영어를 배울 때 사전이 필수인 것처럼 점자 학습도 마찬가지”라면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각장애인 교육권이 보장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리보2.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리보2.

스마트폰 사용도 쉬워진다. 브레일리스트는 리보2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아바타처럼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초소형 키보드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은 기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 전체를 쓸 수 있다.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문자를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적용했다. 한글 천지인처럼 영어 입력에 필요한 버튼 입력 수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였다. 리보2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23개 나라에 수출했다. 세계 시각장애인 수는 전맹이 3600만명, 약시가 2억1700만명이다.

안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을 불편함 없이 쓰는 것만으로도 비장애인과의 정보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UN을 통해 모든 개발도상국에 보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