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에너지 R&D 전략 20억→300억 이상 대규모 과제 위주로 재편

@게이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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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16대 중점 기술 분야에 에너지 연구개발(R&D) 예산 90% 이상을 지원한다. 또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과제를 지양하고 300억원 이상 대형·장기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R&D 체계로 재편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강화, 2030년까지 57조원 이상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일자리 11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향후 10년 동안 에너지기술 비전과 목표, R&D 투자전략을 담은 '제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을 마련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에너지기술개발계획은 국가 에너지기본계획과 관련한 에너지의 효율 사용,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추진하는 최상위 기술개발 계획이다. 5년마다 향후 10년 계획을 담는다.

산업부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 △고효율·저소비 구조혁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 △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 4가지 중점 과제에서 16대 기술 분야를 제시하고, 여기에 에너지 R&D 예산 90%를 지원하기로 했다. 실증연구 투자비는 지난해 15.5% 수준에서 2030년까지 25%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기술 수준을 현재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 에너지 R&D 전략 20억→300억 이상 대규모 과제 위주로 재편

이와 함께 에너지 R&D 투자 전략 및 지원 체계를 확 바꿨다. 소규모·단기 과제에서 대형·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플래그십 R&D 프로젝트'를 새롭게 가동한다. 지난해 기준 정부출연금 20억원 미만 소형·단기 과제 비중이 95%에 달했으며, 대기업·공기업 참여 비율은 △2012년 26.4% △2015년 15.6% △지난해 8.2%로 지속 줄었다. 선진국 대비 에너지 기술 수준이 4년 사이에 1.1%P 내려앉았다.

플래그십 R&D 프로젝트는 분야별 경계를 허무는 '국가적 역량결집 R&D 체계'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효율 ○○%로 확대'라는 과제를 정하면 이와 관련된 세부 R&D를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식이다. 소재·부품·완성품까지 연관 과제를 단일 프로젝트 내에서 원스톱으로 추진하는 게 골자다. 정부출연금은 과제당 300억원 수준에서 지원될 예정이며, 5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구분한다. 또 실패 가능성이 높은 초고난도 R&D의 경우 사회·경제적 파급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연계해 망설임 없이 지원한다.

수요·공급 기업이 공동연구하고 공급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수요기업이 실증·검증 및 구매하는 '수요연계형 R&D' 체계도 강화한다. 수요기업 주관 R&D 참여 비중을 지난해 8% 수준에서 2030년까지 30%로 높일 계획이다. 통합로드맵 수립으로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상용화 성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R&D 과제 기획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공기업 연구소장,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CTO, 세계적 석학 등으로 구성된 '기술센싱그룹'을 출범시켜 서플라이체인 분석 등으로 수요를 발굴하고 필요시 사전 타당성조사(F/S)를 거쳐 과제를 확정한다. 환경 변화 등으로 과제 목표 변경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테크투마켓(T2M) 전담조직'도 별도 운영한다.

이밖에 산업부는 에너지 R&D 데이터 공유 체계 및 인재 양성 계획도 구체화했다.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공유·활용하기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사업화 모델 검증을 추진한다. 에너지원별·기관별로 분산된 전력·열·가스 데이터 공유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식이다. 또 새해부터 2024년까지 50억원을 들여 '에너지 융합대학원'을 설립하고 에너지 융·복합 교육 과정을 신설하는 등 인재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박훈 산업부 에너지기술과장은 “4차 에너지기술개발 계획은 기존과 달리 대형 과제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과 대기업·공기업 참여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계획을 반영한 '2020년 에너지 기술개발 실행계획'은 새해 1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