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경제 아킬레스건' 사전 차단...국민 '살림살이' 챙기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내놓은 신년사는 정권마다 집권 후반기에 반복된 '경제 아킬레스건'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뜻이 강하다. 오는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예상되는 야당의 '경제 정책' 공세를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혁신의 기운을 우리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정책'으로의 변화다.

다만 현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야당과의 괴리가 큰데다 문 대통령 의지와 달리 규제개선 등에서 기업현장의 체감도가 낮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혁신·ICT 신산업 경쟁력이 곧 경제 활성화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을 우리가 선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쟁 후 반 세기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사실상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의 비전을 선포했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갖은 악재 속에서도 우리 경제, 특히 혁신·ICT 산업이 선전했다는 자체 평가가 깔려있다.

지난해 미국·중국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세계 경기 침체, 국회 법안 처리 지연 등 악재 속에서 유니콘 기업과 벤처투자액이 늘어났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전기차 및 수소차 수출 증가, ICT 국가경쟁력 1위 등 성과를 냈다. 수출 세계 7위, 3년 연속 무역 1조달러,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여세를 몰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활성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 분야와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 세계 최고 수준 ICT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 지위를 못 박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위기를 비교적 무탈하게 넘긴 점도 자신감의 원천이다. 해당 산업은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했나 정부와 기업의 발빠른 대응으로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이에 멈추지 않고 국산화를 넘어 우리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글로벌화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 신남방과 신북방 수출 증가를 등에 업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수출과 설비 투자를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 상승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2030년 수출 세계 4강 도약을 위해 △수출구조 혁신 △3대 신산업·5G·이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수출 증대 △RCEP 협정 최종 타결 등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도 만든다. 총 100조원 대규모 투자프로젝트와 '투자촉진 세제 3종 세트'와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규제혁신과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혁신동력을 확충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전통산업과 신산업간의 시너지, 중소기업 현장에서의 정책효과 체감 등을 희망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현 경제상황 평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심각히 고장난 것 같다”면서 “고용지표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뜬구름 속의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강신업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국리민복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외교안보는 풀어야 할 숙제

문 대통령은 '공정'에 대한 우리 사회 갈증을 언급했다. '공기'와 같은 존재라며 '공정'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공정이 있어야 혁신도, 포용도, 경제사회도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논란으로 촉발된 '공정성 시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 채용, 직장, 사회, 문화 전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높아진 국민의 공정성 기준을 절감했다며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 고리와 하도급 불공정거래, '스튜어드십 코드'와 상법 개정 등 경제전반의 '공정'에 대해서도 개선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도 거론했다. 누구도 법 앞에선 '특권'을 누리지 못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에 대해선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결코 지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과 4대 강국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안보에 대한 해결 의지도 내비쳤다. 국민에게 평화를 향한 신념과 단합된 마음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했다.

지난 1년간 남북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고 했다. 북미대화가 틀어지면서 남북협력 문도 빠르게 열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했다. 이에 앞서 남과 북이 먼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북미대화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도쿄 올림픽 단일팀 구성 및 공동입장 등의 구체적 액션플랜도 제시했다.

궁극적인 목표로 평화경제를 제시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신남방·신북방 정책의 속도전,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류협력 강화 모두 평화경제를 위한 포석이다.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자고 북한에 제안한 부분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남과 북이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며 접경지역 협력, 철도 및 도로연결 사업,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도 희망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공동취재 유근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