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듀폰 사례, 더 만들어야 한다

[사설]듀폰 사례, 더 만들어야 한다

미국 듀폰이 우리나라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성윤모 산업부 장관과 듀폰 존 켐프 사장이 별도로 만나 2800만 달러 규모 투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투자지역은 듀폰 생산 공장이 있는 충남 천안이고 투자 예상기간은 올해부터 내년 사이다. 듀폰은 한국 내 자회사인 롬엔드하스전자재료코리아를 통해 98년부터 천안 공장에서 반도체 회로기판용 소재와 부품을 생산해왔다. 켐프 사장은 투자신고서를 제출하는 자리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위해 앞으로 주요 수요업체와 제품 실증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듀폰 투자로 포토레지스트 수급과 관련해 한시름 놓게 됐다.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의 하나인 포토레지스트는 대부분 수입 물량을 일본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 1∼5월 전체 수입액의 90% 이상을 일본이 차지할 정도로 공급처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최근 일본이 3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와 관련해 개별수출허가를 가장 먼저 내주고, 지난달에는 포토레지스트의 수출허가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했지만 근본 해결책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듀폰의 생산공장은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듀폰 사례는 시시점이 크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코트라가 한 팀으로 듀폰과 투자 협상을 진행해 경쟁국을 제치고 최종 투자처로 선정됐다. 아직 국산화까지 가지 않았지만 국내 기업과 상생협력이나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는 일본 수출 규제가 시발점이 됐지만 해당 분야 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다. 단순히 일본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생태계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당장 우리 기술력으로 대체 가능한 품목은 국산화에 나서고 그렇지 않은 품목은 적극 해외 업체와 손잡아야 한다. 듀폰을 주목해 봐야하는 이유다. 듀폰 사례처럼 원팀 형태로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힘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