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의 귀환…면세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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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업계에 중국발 훈풍이 불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최대 규모의 단체 관광객이 방한하면서 잊혀진 춘제(春節) 특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이융탕 임직원 5000여명은 인센티브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아 지난 9~11일 사흘 동안 국내 면세점을 잇달아 방문했다. 이들은 조별로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을 찾아 쇼핑을 즐겼다. 특히 롯데면세점 단체 방문은 사드 사태 이후 이례적이다.

업계 큰손인 중국단체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업계 큰손인 중국단체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업계 '큰손'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에 면세점들은 반색했다. 다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에 들뜬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인센티브 방문이 사드 이후 줄어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돌아오는 신호탄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6년 807만명에 이르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 여파로 이듬해 절반 수준인 417만명으로 급감했다. 이들의 빈자리를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代工)이 꿰찼지만 이들을 데려오기 위한 과도한 송객수수료 경쟁에 수익성은 급감했다.

2015년 5094억원이던 대기업 송객수수료는 2018년 1조2767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6369억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기형적인 시장구조가 형성됐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은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한화와 두산은 총 16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돌아오면 매출 70%에 이르는 보따리상 의존도가 분산되면서 영업이익률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면세점에는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라면세점은 춘제를 보름여 앞두고 10일부터 중국인 고객 대상 행사를 시작했다. 서울점에서는 당일 188달러 이상 구매 고객에게 랜덤 선물박스를 증정한다. 신세계도 알리페이로 1200위안(약 20만원) 이상 결제 시 50위안(8400원)을 할인해 주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7일부터 20만원 이상 구매한 외국인 고객에게 2만원을 즉시 할인해 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면세점들은 춘제 대목 기대를 일찌감치 접고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보따리상 유치에 집중했다.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개별관광객(FIT) 대상이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다. 업계에선 “춘제 대목도 이제 옛말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업계 큰손인 중국단체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업계 큰손인 중국단체 관광객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한한령이 완전히 해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번 춘제 연휴에 중국인 고객 매출 추이를 지켜본 뒤 하반기 노동절·중추절 연휴에 단체관광객 방문에 대비한 마케팅 계획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기업 인센티브 관광객이 방한해 면세점을 찾았지만 롯데면세점만 패싱하는 등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뒤끝이 남아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이번 인센티브 관광은 규모는 물론 롯데면세점까지 투어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