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봇대 도로점용료, 국토부·통신사 충돌

관로 등 설비 점용료 개편 나서 지가반영, 정액제→정률제 추진

치솟는 전봇대 도로점용료, 국토부·통신사 충돌

국토교통부가 전신주와 관로 등 통신·전력 설비에 대한 도로점용료 현실화 연구를 완료, 제도 개편에 착수하며 논쟁을 예고했다.

통신사는 기존 연구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도로점용료가 최소 5배 이상 인상돼 5세대(5G) 통신 투자와 통신비 부담이 폭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도로점용료 문제는 2020년을 관통하는 핫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연구원과 '도로점용료 산정기준 및 적용요율 체계개편' 기초 연구를 완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도로점용료 관련 부처와 기초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공유자산 관리 주무 부처로, 도로 지상 또는 지하를 점유하는 관로·전주에 대한 합리적 점용료 체계를 만들겠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정액제 위주 도로점용료에 정률제 등 인상 요소를 반영한 개편을 추진한다. 점용료는 도로법 시행령에 근거해 관리된다. 시설 소재지를 기준으로 갑·을·병 3개 그룹을 구분한 정액제 요율을 적용한다. 전신주는 서울 지역은 대당 연간 1850원, 부산은 1250원, 강원도는 850원이 적용되는 정액제다. 그러나 지난해 공개된 부동산연구원 사전연구 과제에서 국토부가 토지가격을 반영,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토지가격을 반영해 정액제 적용 권역을 현행 3개에서 5개 그룹으로 세분화 △토지가격 변동성을 반영해 정액 점용료를 3~5년마다 갱신 △정액 점용료를 유지하되 토지가격과 점용 면적을 더 세분화해 반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는 국토부가 이같이 점용료제도 개편 방안을 조합하거나 요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최소 5배 이상 도로점용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부동산연구원 시뮬레이션에서는 권역별 최대 30배 인상 가능성도 예측됐다.

통신사는 한전에 전주 사용료를 납부하는 간접비용을 포함해 연간 1000억원 규모를 도로 점용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점용료를 5배 인상할 경우 5000억원대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점용료 인상이 정부가 5G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600억원대 세액 공제를 무력화하며, 과도한 투자 부담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통신과 전력을 관장하는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도 과도한 인상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자칫 부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통신·방송·전기 서비스는 공익을 위해 정부가 관리하는 전국 단일 요금 체계로, 보편적서비스 제공 의무가 있다. 국가가 토지가격을 반영해 이용료에 차등을 두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국토부는 정책이 확정되기도 전에 통신사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과도한 여론전을 펼친다고 반박했다. 2007년 한 차례 점용료 체계가 부분 개편된 이후 변동이 없는 만큼 국·공유 자산 사용에 대한 합리적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는 유관부처와 회의에서 제도 연구에서 도출된 방안을 담은 자료를 단순 열람하고,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이 완료된 것은 맞지만 연구 결과일 뿐이며, 정책 방향은 미정”이라면서 “다른 부처는 물론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통신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인상안을 마련하고 여론 반발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의견을 청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강력한 반대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표〉도로점용료 개편 쟁점

치솟는 전봇대 도로점용료, 국토부·통신사 충돌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