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입법 엘리트가 주도한 매크로 금지법 “시민이 가장 큰 피해자”

인터넷 업계는 매크로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전 검열'을 가장 우려한다. 여야 논의과정에서 사업자 처벌조항이 빠졌지만 결국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이 최종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매크로 금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발 조작방지를 위한 기술·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했다. 인터넷 기업에 이용자가 검색어나 댓글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운 것이다.

포털 관계자는 “사실상 사전검열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모든 콘텐츠를 관리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대단한 불편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관련 서비스를 원천봉쇄하는 것인데 이는 기업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기업 법무 관계자는 “기업에 관리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면 결국 이는 민·형사 재판에서 담당자나 기업 처벌로 이어질 근거가 된다”면서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포털은 주요기능인 뉴스 서비스에서 손을 떼고 있다. 카카오와 다음은 2월 기존 실시간 검색을 폐지한다. 네이버는 이미 뉴스서비스 댓글 정책 결정권을 각 미디어에 넘겼다.

포털 관계자는 “국회 규제 움직임은 미디어 중심이 유튜브로 넘어가는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다 인터넷 기업이 이미 자정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규제 시도가 지속되는 것은 '입법 만능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해 연말부터 급상승검색어에서 연령별 차트를 제공하고 개인별로 특정 이슈 노출도를 조정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편했다. 개인에 따라 급상승검색어 차트가 달리 나타나게 한 것이다.

1월에는 네이버의 신고로 포털 검색어 조작을 시도한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검색어 조작 시도를 인지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했다. '드루킹 사태' 역시 검색어, 댓글 조작 등을 현행법 테두리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증거다.
최지향 이화여대 교수는 “입법 엘리트가 시민은 여론 조작에 당하는 무지한 존재와 조작하는 나쁜 세력으로 (단순화 해서)본 것”이라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정치 엘리트뿐(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매크로 금지는 표현의 자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면서 “(시민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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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