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해외는 CVC가 스타트업 투자 '큰 손'인데

글로벌 CVC. <이미지 출처=CB인사이츠>
글로벌 CVC. <이미지 출처=CB인사이츠>

글로벌 벤처 시장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에 의한 투자액은 지속 증가 중이다. 최근 10년간 벤처붐이 대기업 CVC 참여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미국벤처캐피탈협회(NVC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CVC의 벤처 투자 규모는 2009년 64억달러(약 7조5400억원)에서 2018년 668억달러(약 78조7500억원)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미국 벤처투자 딜 16%에 참여했으며, 금액으로 보면 50.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들이 5000만달러(약 590억원) 이상 투자딜에 참여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알려진 글로벌기업은 대부분 CVC를 통해 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버라이즌, BMW, 바이두 모두 CVC를 운영 중이다. 이들 글로벌 CVC는 기술 기반 창업 기반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후 인수합병(M&A)를 통해 자사 사업에 적용하거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얻어내는 데 목적이 있다.

글로벌 CVC 중 가장 잘 알려진 구글벤처스 역시 구글의 독립투자부문이다. 2009년 CVC 투자를 개시한 이후 수많은 투자 성공 사례를 이끌어내 모범 CVC로 평가받는다. 2013년 이미 우버 가치를 높게 평가해 2억5000만달러 투자를 진행했다. 주로 모바일과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지만 생명공학, 유기농 원두커피 브랜드, 태양광 애너지 등 의외 분야에 투자를 추진해 이목을 끌기도 한다. 모회사 구글로부터 자율성이 보장돼 성장시킨 피투자기업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경쟁사에 매각한 사례도 있다.

인텔캐피털 역시 벤처 투자에 적극적인 CVC다. 세계 1500개 벤처기업에 125억달러 이상을 투자, 이 중 670개 기업이 상장되거나 M&A를 통해 엑시트에 성공했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는 증강현실(AR) 기술력을 보유한 올라웍스가 인텔캐피털로부터 4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후 인텔에서는 아예 올라웍스를 전격 인수했다.

일본에서도 CVC에 의한 벤처 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체 벤처 투자금 중 대기업 자금이 2017년 41.3%, 2018년 43.8%를 기록했다. 30% 초중반 비중을 차지한 VC와 비교해 10% 이상 비중이 높다. 국내 일반 법인의 벤처펀드 출자 금액 비중은 일본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지속 감소세를 보인다. 2016년 16%, 2017년 12.4%, 2018년 9.5%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일반 지주사 CVC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에 큰 투자와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는 대기업이 규제 영향으로 해외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펴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CVC를 운영할 수 없는 SK는 미국 현지법인 SK텔레콤아메리카(SKTA)을 통해 300억원 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LG 역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22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CVC 투자 규모 순위(2018년 기준)>

<자료:CB인사이츠>

[이슈분석]해외는 CVC가 스타트업 투자 '큰 손'인데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