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정보 공유 범위·절차 '비공개'...기업 '영업기밀 누출' 우려

국세청, 과징금 등 공정위에 제공
불공정행위 감시 자료 수집 용이
국세기본법에 공유 조건 불명확
"남용 땐 경영활동에 타격" 지적

국세청이 올들어 과세정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정보 공유범위와 절차가 비공개에 부쳐지면서 영업상 기밀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납세자 권리를 보장한다는 과세 당국 취지마저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국세청.[사진=연합뉴스]
국세청.[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은 지난달부터 사익편취행위,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행위 감시에 필요한 과징금 부과·징수 정보를 공정위에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세청이 지자체에 조세 부과·징수를 위임할 경우에 한해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공정위 등 행정기관이 과징금 등을 부과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할 때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공정위와 자료 제공범위 및 절차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사용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다.

국세청이 법인세법과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대기업과 계열사 간 거래내역 등에 대한 과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이 자료를 활용하면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일감몰아주기) 제재가 강화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과세목적으로 제출한 자료가 여과없이 다른 행정기관에 넘겨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국세기본법에 자료 공유범위와 절차를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료가 남용될 경우 기업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경영활동상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게 요지다. 과세자료는 납세의무 이행을 위해 '자진 신고'한 자료인 만큼 신고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국세행정기관과 납세자 간 신뢰를 훼손한다는 입장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과세정보에 대한 비밀 유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자발적 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세무행정 기반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그간 공정위는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일감몰아주기)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10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2014년∼2019년 5월) 부당지원행위로 제재된 후 소송이 제기돼 법원 확정판결이 난 12건 중 공정위가 승소한 경우는 3건에 불과하다. 5건은 공정위가 완전 패소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사 성패를 가르는 자료 수집이 한층 용이해졌다. 공정위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 및 총수일가에 귀속되는 이익 규모 등을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작업 역시 쉬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 산정을 위해 요청하면 최소한 범위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세정보에는 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자본거래, 주식취득가액, 지분비율, 투자내역, 채무보증액과 같은 기본정보를 비롯해 자금흐름, 거래 상대방, 제조원가, 연구개발, 인건비, 매출 심지어 세무조사 결과 등 영업상 비밀자료가 포함될 수 있다. 과거 국세청도 원칙적으로 과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누설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과세정보 공유를 거부해왔다.

일각에선 공정위 등이 과세정보를 이용해 과징금 부과징수 이외 용도로 별건조사를 할 수 있어 조사반경이 자연스레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표>국세기본법 개정안 주요 내용 (출처:국세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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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