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천지감염, '이 게임'과 꼭 닮아 화제

감염자 한 명으로 시작해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버린 오염된 피 사건
감염자 한 명으로 시작해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버린 오염된 피 사건

신천지 대구교회를 진원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음에 따라 게임 속 비슷한 전염병 확대 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PC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오염된 피' 사건이다.

와우에는 많은 플레이어가 모여 보스 몬스터를 잡는 공격대 던전이라는 콘텐츠가 존재한다. 그중 줄구룹이라는 던전의 보스인 '혈신 학카르'는 '오염된 피'라는 능력을 사용한다. 해당 디버프(대상을 약화시키는 기술)에 걸리는 플레이어는 지속 체력 피해를 입는다. 옆에 있는 플레이어에게 디버프를 전염시킨다.

플레이어뿐 아니라 사냥꾼 직업이 공격명령을 내려 같이 전투를 치르는 '펫'도 디버프 영향을 받는다. 게임에서 펫은 사용할 때 소환하고 죽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소환해제할 수 있다.

사건은 레이드 공략에 사용된 펫을 대도시에서 소환하면서 발생했다. 본래 시간이 지나면 디버프가 사라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버그로 디버프에 걸린 상태로 소환됐다.

디버프에 걸린 채로 소환된 팻은 바로 주인 사냥꾼에게 디버프를 옮겼다. 사냥꾼은 이 상태로 대도시를 활보했고 디버프를 여기저기 옮겼다. 주위 플레이어가 디버프 존재를 알고 지적할 때는 이미 주변 플레이어 모두가 감염된 상태였다. 이동하지 말 것을 권유했으나 디버프가 생긴 플레이어는 재미 삼아 혹은 자신 일을 보기 위해 대도시를 활보했다.

처음에는 주위에 있는 플레이어가 죽는 수준이었지만 NPC에게 디버프가 옮겨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NPC는 은행원, 상점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데 체력이 높아 잘 죽지 않고 죽어도 부활해 그 자리에서 계속 디버프를 전염시켰다. 무엇보다 디버프 표시가 되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가 된다. 의심없이 다가온 플레이어들을 계속 감염시키기 시작했다.

학카르(바이러스원천)가 사냥꾼과 펫(1차 전염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겼고 이것이 대도시 NPC(무증상 감염자)에 옮겨간 셈이다.

미감염 이용자가 NPC에게 말을 걸면서 2차 전염이 시작됐다. 체력이 적은 플레이어는 디버프에 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 많은 플레이어가 도시에 들어갔다가 죽는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저마다 다르게 행동했다. 치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힐러)들은 자원해서 감염된 플레이어들을 치료했다. 근본적인 디버프를 해제시키는 치유는 아니였지만 HP회복 스킬로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막았다.

민병대를 구성해 위험 지역을 피하도록 감염되지 않은 플레이어를 미감염 구역으로 유도하는 사람도 나왔다. 체력이 낮은 플레이어를 도시 밖으로 이동시켜 죽지 않게 했다. 감염된 이용자를 도시 내에 격리시키는 등 실제 대규모 전염병 발생시 나타나는 행동이 나타났다.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해 게임 이용을 하지 않는 이용자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치료, 격리 등을 하던 힐러나 민병대도 감염돼 결국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고의적으로 감염 구역을 탈출해 인근 마을을 습격해 병을 확산시키거나 일부러 감염 구역으로 미감염 이용자를 안내하는 행태도 나타났다. 민병대와 의사 눈을 피해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채 악의적으로 감염 구역 내에 미감염자와 미감염 구역에 병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다른 고립된 세계에서 등장한 바이러스가 대도시를 감염시켰다는 점이 코로나19와 유사하다. 숙주가 모두 인간과 동물이고 가까운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게임에서는 감염여부를 외관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판단이 힘들다는 점 정도만이 차이를 보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개발 및 서비스사인 블리자드가 서버리셋을 선택하며 사건을 정리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