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퇴짜' 맞은 애플 '자진시정안', 이번엔 통과 될까?

공정위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건'
이번주서 내달 11일로 심의 미뤄
수용 땐 동의의결 확정 등 후속조치
기각 땐 수백억 과징금 못 피할 듯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코리아의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대한 광고비·수리비 갑질' 관련 판단을 다음달 11일 결정한다. 애플코리아의 자진시정안이 수용돼 합의과정에 들어갈 지가 쟁점이다. 다만 공정위가 현재 IT업계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쉽게 퇴로를 열어줄 지 관심이 주목된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주 전원회의에서 심의될 것으로 예측됐던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관련 판단을 내달 11일로 미뤄 심의에 들어간다.

내달 전원회의에서 공정위는 애플이 보완해 제출한 자진시정안이 경쟁질서 회복과 거래질서 개선, 소비자와 사업자 피해 구제·예방 등 요건을 충족하는지 살필 방침이다.

앞서 애플코리아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 무상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아왔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애플이 통신사와 공동으로 비용을 각출해 '광고기금'을 조성한 뒤 애플 제품과 브랜드 광고만 내보냈다는 것이다. 또 애플이 자사 제품 전용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시설 운영 비용 일부를 통신사에 분담케 했다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조사를 마무리하고 2018년 12월 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제재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 심의 절차를 개시했지만 지난해 7월 애플코리아는 동의 의결을 신청하면서 관련 절차가 중단됐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형사 고발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구제 등 시정 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에 자진시정 대가로 심의 종결을 요청하는 행위다.

이미 공정위는 지난해 9월 25일 전원회의에서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개시 신청 사건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않았다.

공정위는 “애플 측에 동의의결 시정방안으로 제시한 거래조건 개선안과 상생지원방안 등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국이 애플코리아가 제출한 시정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자진시정안이 수용되고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면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통신3사 등 이해관계인, 검찰총장 및 관계행정기관과 추가 협의를 거친 뒤 동의의결안을 확정한다.

동의의결이 기각될 경우 공정위 차원의 징계 절차로 돌아간다. 이 경우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과징금을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국가 경쟁당국도 애플 광고 영업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일각에선 현재 공정위가 애플과 구글 등 해외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중인 것을 고려하면 관련 업계 전반에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동의의결 신청 심의 결과를 보면, 공정위가 기업의 자진시정 방안을 수용한 것보다 거부한 경우가 상당하다. 2016년 이후 있었던 동의의결 신청 8건 가운데 자진시정 최종안을 마련한 건수는 3건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 과장 광고와 관련해 통신 3사가 각각 신청한 3건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보면 8건중 1건만 수용한 셈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