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비상]中企10곳 가운데 7곳 경영 타격...업계, 자발적 임대료 인하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를 수출하는 A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 우한 인근에 디스플레이 관련 규모 수요처가 있어 수출 물량에 대한 선적이 이뤄지고 있지만 은행의 대금 지급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자금난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 사고가 날 경우 금융기관에 책임이 부여되는 만큼 대출 담당자들이 자금 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협력사로 피해가 확산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5~26일 양일간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경영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사와 같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이 7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공장 가동중단으로 인한 납품 차질부터 중국 방문 축소에 따른 영업활동 차질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집계됐다.

앞서 지난 4~5일에 실시한 1차 조사(34.4%)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수출입기업 가운데 72.3%, 국내 서비스 업체 67.6%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출기업(66.7%)보다는 수입기업(78.2%)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산업용 기계제조 수출업체 B사는 수입 원부자재 공급 차질로 국산 부품 대체를 진행하고 있으나 제품 생산 비용이 최대 150%까지 증가하는 일을 겪고 있다. 소방기계 부품 수입업체 C사는 현지 거래처 공장 가동중단으로 원부자재 수입이 중단돼 조달계약 등에 대한 납기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물량에 대한 검수 중단으로 선적이 중단되고, 중국 현지 교통 차단 등으로 중앙아시아 내륙국가 수출에 차질이 생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으로는 '중국 공장 가동중단으로 인한 납품 차질'(51.6%)이 꼽혔다. '중국 방문 기회 축소로 인한 영업 차질'(40.1%)도 컸다. 이 밖에 '수출전시회 취소에 따른 수주 기회 축소'(32.3%) '수출제품 선적지연'(28.6%) '한국산 제품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수출감소'(10.4%) 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서비스 기업은 '내방객 감소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매출 축소'(66.5%)라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수출입기업 60.7%, 국내 서비스 기업 43.1%가 이렇다 할 대응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주의 자발적인 임대로 인하 운동 역시 절반 정도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피해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원책으로 '피해기업에 대한 특별보증 및 지원 확대'(62.0%)를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47.3%) △한시적인 관세·국세 등 세금납부 유예방안 마련(45.7%) 등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계도 직접 나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657개 협동조합 및 단체 주도로 향후 3개월간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 임대사업장 운영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50% 인하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이미 대구 전시판매장은 임대료 20%를 인하한 데 이어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50%까지 추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그간 중소기업계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정책 지원과 혜택을 받은 만큼 이제는 '약자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상생 정신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부담 덜 수 있도록 중소기업계가 중심으로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긴급 경영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긴급 경영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