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입 '난항'…韓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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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외 지역서도 입고 지연 발생
에스에프에이 등 계약 연장 잇달아
대당 최소 수십억 공급 자금 묶여
대금 회수 늦어질수록 경영 악화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후폭풍에 휩싸였다.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현지 패널 제조사가 장비 반입 일정을 잇달아 연기하면서 연쇄 타격을 받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장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경영 피해가 예상되지만 중국 고객사도 전례 없는 난항을 겪고 있어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잇달아 중국 업체와 체결한 장비 공급 계약 기간 연장을 공시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교통을 통제하고 일부 도시를 봉쇄하면서 현지 패널 제조사들이 신규 장비 반입 시기를 계획보다 늦춘 것으로 보인다.

에스에프에이는 이달 14일 종료 예정으로 있던 톈마와의 계약을 6개월 연장했다. 디바이스이엔지도 톈마 요청에 따라 100억원대 공급 계약 종료 시점을 4월 말까지로 늘렸다. 에스엔유는 BOE와 체결한 장비 공급 계약 종료 시점을 고객사 요청에 따라 3월에서 10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 계약 모두 중국 우한에서 가동되고 있는 팹에 투입될 장비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제조사가 발주한 장비들이 현장으로 가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된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면서 장비 반입 일정도 불투명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한 이외 지역 팹에서도 장비 입고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쓰촨성 몐양시에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는 HKC는 최근 참엔지니어링에 장비 공급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BOE(몐양시), 비전옥스(안후이성 허페이시), 인핀테크(장시성)도 각각 우리나라 협력사 필옵틱스·아이씨디·디엠에스와 체결한 장비 공급계약 종료일을 연장했다.

국내 장비업계는 장비 반입 지연에 따른 자금 순환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당 최소 수십억원에 이르는 장비 공급 자금이 묶이게 되면 경영에 가해지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우리 장비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대금 회수가 늦어질수록 인력 이탈, 연구개발(R&D) 지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부 국내 장비업체는 중국 고객사의 장비 엔지니어 파견 요청에 난감한 상황이다. 자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한국발 입국자 14일 격리 조치를 감안, 사전에 입국해서 대기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출장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제조사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 장비업체 피해도 커지고 있다”면서 “업계가 함께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