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숙제 "집중력 높여라"

교사-기자 '원격수업' 해 보니
카톡으로 '노트 필기' 검사…퀴즈 맞히면 '잘했다' 별표
영상회의 SW 등 연배 있는 교사도 충분히 활용 가능
출석체크만 10분…마이크 소음 등 산만한 환경 극복해야

경북 소재 고등학교의 김 모 교사는 열흘 전 초등학교 교사에게 영상회의 시스템을 처음 배웠다. 아이들과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고 싶어 익숙하지 않지만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영상회의 소프트웨어(SW)와 학급운영 프로그램 '클래스123'을 활용해 출석을 부르고, 교과서에 밑줄도 그으면서 평소처럼 원격수업을 이끌어 갔다.

2일 김 교사는 기자 37명을 학생 삼아 농업 과목의 한 단원인 '전특작 재배 작물의 파종육묘'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했다. 김 교사는 경북 소재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기자들은 서울과 세종에서 각각 접속해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장점이었다. 그러나 수업을 듣는 환경에 따라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우려됐다.

고등학교 교사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고등학교 교사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출석 확인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출석을 부르고 오늘 기분이 어떠냐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다. 학생(기자)의 마이크를 켜 놓으면 소음과 하울링으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이크를 끄니 “제 말 잘 들리세요?” “오늘 기분 어때요?”라는 간단한 질문에도 교사가 한 명씩 별도로 답을 들어야 했다. 김 교사는 매일 하면 익숙해져 시간이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수업 시작 전에 교과서와 노트, 필기구를 준비하도록 했다. 화면이 보이는 단말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평소처럼 수업하기 위해서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하면서 별도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도 열었다. 영상회의 솔루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각종 사진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원노트 프로그램으로 교과서 파일을 열어 비료와 농기계 특성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개념에는 동그라미를 치고, 동시에 학생에게도 “이 부분은 밑줄, 동그라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수업 중간에 필기한 노트 사진을 찍어 오픈채팅방에 공유하라고 했다. 한 명씩 올린 필기 사진을 보고 “요약을 잘했다” “글씨가 예쁘다” 등의 첨언을 해 줬다. 한 번만 이렇게 하고 나면 그다음 원격수업에서도 노트 필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질문이나 퀴즈에 대답을 잘한 학생들은 '잘했다'라는 별표를 받는다. 평가에 반영되진 않지만 '잘했다'가 누적되는 것을 보면 열기를 더 띤다고 한다. 교사는 수업이 끝나면 본인 판서와 밑줄 부분까지 포함해 저장한 후 PDF 파일로 학생과 공유한다. 영상도 자동으로 녹화돼 필요할 때는 공유할 수 있다.

본지 기자가 원격수업에 실제 참여했다.
본지 기자가 원격수업에 실제 참여했다.

장점도 있지만 수업시간 도중 변수가 너무 많았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전화를 받은 기자 목소리는 전체로 공유됐다. 기자 한 명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PC 문제로 교사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사실상 수업에서 배제된 셈이다. 실제로 학생은 아예 마이크를 끈 상태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하는데 마이크가 꺼지면 적막함 때문에 양방향 소통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학교에서 영상회의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교사는 두세 명 정도. 연수를 받으면 연배가 있는 교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이 서로 배워 가는 것도 장점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을 못 봐서 아쉽긴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기를 기회가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