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해외 수주 전략 난항…코로나19에 마케팅 '삐꺽'

출장길 막혀 발주처 스킨십 애로
글로벌 박람회 잇단 연기도 영향
업황 악화 여파…신규 수주 감소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 각 사 제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의 해외 수주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로 해외 출장 어려움에 따른 마케팅 약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 조선사들과 발주처들이 한데 모여 신조 계약을 체결하던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들의 잇단 연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 3사 수주량은 뒷걸음질 쳐 경쟁국인 중국에 뒤처졌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올해 선박 공급 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국제유가가 하락,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 등 신조 시장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 선박 발주량은 114만CGT로 작년 동기 대비 62% 수준에 그쳤다.

국내 조선 3사는 해외 마케팅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 여객 노선이 막힌 데다 세계 최대 규모 조선 관련 박람회 개최가 잇달아 연기됐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 측은 개최일을 오는 9월에서 내년 2월로 미룬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그리스에서 열리는 포시도니아(Posidonia)도 개최일을 오는 6월에서 10월 26~30일까지로 연기했다.

이들 세계 최대 조선박람회는 수주의 장이다. 세계 조선사들은 이곳에서 별도 부스를 마련하고 각사 기술력을 공개한다. 발주처들은 원하는 선종을 원하는 가격에 공급받기 위해 소위 돈다발을 들고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조선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과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등이 행사에 잇달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유다.

발주량 감소와 해외 마케팅 약화는 조선 3사 수주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계 한국 수주량은 67만CGT(23척·17%)로 중국 232만CGT(99척·61%)에 크게 뒤처졌다.

다만 일부에선 조선박람회 일정 연기를 조선 3사 실적과 결부 짓는 것은 섣부르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 체결 전 기술 미팅 등을 마친다”면서 “발주처와 조선사 고위 관계자들이 박람회에서 만난 김에 계약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코로나19로 항공 길이 막히면서 해외 출장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발주처와 스킨십하는 게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