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한국판 뉴딜'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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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천안사업장 함께 찾아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교류
미래차·모빌리티·시스템반도체
재계 1·2위 협업 확대 물꼬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배터리 사업 논의를 위해 13일 회동했다. 정 부회장이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점검 차원에서 삼성SDI를 방문했고, 이 부회장이 정 부회장 일행을 직접 맞았다. 정 부회장이 삼성사업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국내 재계 1위, 2위 그룹이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1위 기업과 완성차 5위 기업의 만남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판 뉴딜'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한 3대 신성장 산업 가운데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 2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나라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과 삼성 경영진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삼성 측에서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전영현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현대차그룹 경영진을 맞았다.

양측 경영진이 찾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전문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전지동 회의실에서 삼성SDI·삼성종합기술원 담당 임원으로부터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과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양측 관심 사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선행 개발 현장도 둘러봤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막역한 사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업 목적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과 현대차 측은 이재용·정의선 부회장 만남에 대해 그동안 소원한 관계에 있던 두 그룹 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했다. 삼성은 최근까지 배터리 공급 등 현대차 비즈니스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두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지만 삼성의 완성차 시장 진출로 직접 경쟁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가 미래차와 모빌리티,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강화하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의 좋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현대차는 ICT와 자동차 부품 기술을 갖춘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어 양사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안정화돼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라면서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점을 위해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