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중국 간 이재용..."위기대응, 지체할 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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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글로벌 현장경영 다시 나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절박함 담아
전방위 위기 속 선제대응 강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 100여일 만에 글로벌 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영인으로는 첫 중국 방문이다.

이 부회장은 대내외로 파기환송심 재판과 삼성바이로직스 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없다'는 말로 절박한 경영 인식을 드러내며 위기 선제 대응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8일 이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현지에서는 시안 2공장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공장 증설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중국 정부를 설득, 지난달 말 200여명의 반도체팀 임직원을 급파했다.

이 부회장의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은 임직원을 격려하는 통상의 행보 외에도 증설 작업을 중간 점검하는 한편 3분기로 예상되는 2공장 2단계 투자를 검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중 경제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 기업이 당할 수 있는 경제 측면의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을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강도 높은 발언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 경고가 나오고 중국 등 경쟁국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현실 인식으로 풀이된다. 또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 경영이 어렵고, 이로 인한 미래 비전 구체화의 한계 등에 대한 답답함의 표현이라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없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은 삼성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답답해 하는 이 부회장의 심경에서 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번 이 부회장의 시안 공장 방문은 한·중 양국 정부가 협의해 지난 1일부터 신설한 '기업인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에 따라 이뤄졌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기업인은 중국 입국 후에도 14일 동안 의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의 시안 방문은 지난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을 찾아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후 100여일 만에 이뤄진 글로벌 경영 행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과감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관해 논의한 데 이어 글로벌 기업인 최초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