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10〉코로나19와 미디어산업: BC와 AC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도대체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 이에 따라 TV 시청 시간과 시청 행태가 변한 것을 단편으로 표현한 질문이다.

미국 케이블TV 컴캐스트가 가입자 대상으로 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TV 시청 시간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 데이터 사용량도 35% 증가했다. 또 주말과 주중 간 시청 행태 차이도 사라졌고, 월요일 시청 시간이 주말보다 높게 나오는 기이한 현상도 발생했다. 시청 시간 패턴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미디어 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BC(Before 코로나19)와 AC(After 코로나19)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본격화로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나고, 스포츠 경기 대부분이 중단됨에 따라 유료방송은 1분기 최악의 해지를 기록해 가입자가 180만명 이상 감소했다. 전통의 유료방송뿐만 아니라 다소 저렴한 가상다채널유료방송(vMVPD) 가입자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청자는 BC에도 가치 있는 비디오서비스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으로 더욱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찾기 위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소비자의 민감성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업계는 이 같은 시청 행태 변화가 이제 막 서막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AVoD)가 다른 어떤 방송 매체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셋톱박스 기반 OTT인 미국의 로쿠 경우 1분기에 290만 가입자가 순증, 총 4000만 가입자에 이르렀다. 스트리밍 시청 시간도 지난해에 비해 100% 증가했다.

월정액 주문형비디오(SVoD) 시장을 견인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HBO맥스와 같은 서비스가 지난해부터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이었지만 AC에도 SVoD가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도 맥도날드에서 저녁 한 끼 정도의 수신료를 매달 징수할 뿐이지만 시청자는 아무 때나 어떤 옵션 없이 가입을 취소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AC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고객 이탈률이 10~20%지만 다른 서비스는 50%에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BC에는 OTT 진입 비용이 다소 낮아 가정에서 한 개 이상 서비스를 구독할 가능성이 매우 짙다고 봤다. 그러나 AC시대에는 경기 침체와 경제력 감소로 말미암아 소비자는 과연 어떤 콘텐츠가 필요하며, 자기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를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OTT도 시청료를 낮추기 위해 광고 기반의 모델도 도입해야 할 것이고, 시청자에게 가격 인센티브와 편리성을 제공하는 번들링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며, 시청 시간을 늘리게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의 연계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할 정도로 미디어 산업은 AC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의 탄생이 세계 역사를 BC와 AD로 나누는 기점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과 그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영역이 코로나19로 인해 BC 및 AC로 구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예측이다. 쉽게 변하지 않은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접근과 행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급속한 변화가 미국에서는 크게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증폭되지 않고 있다. 미디어 환경 차이일 것이다. 저가로 형성된 유료방송으로 인해 시청료 부담에 따른 가입 해지가 일어날 필요도 없고, 오리지널 콘텐츠도 극소수인 데다 OTT도 자체 제작이 없이 재방송 수준이기에 유료방송을 대체하지도 보완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국내 미디어 환경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