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스런 '반쪽' 망중립성 논의

[사설]우려스런 '반쪽' 망중립성 논의

망 중립성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와 네이버가 망 중립성 연구반에서 탈퇴했다. 카카오도 연구반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이해 당사자인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을 포함해 학계·단체 등 17명이 참여했다. 결정권은 없지만 정책 수립에 참고 의견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협회와 네이버는 두 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주요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 진행과 결과에 따른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이 탈퇴하더라도 연구반은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망 중립성 문제는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연구반에서도 5G 기술의 핵심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관리형 서비스로 포함할 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관리형 서비스는 합리적 트래픽 차별을 허용한다. 당연히 사업자와 인터넷 업체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정부가 의견 수렴과 함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반을 결성한 배경이다. 이미 1기를 마무리한 상태였다. 논의가 사실상 정리되는 시점에 협회가 탈퇴를 선언한 점은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는 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래저래 탈퇴 시점이 좋지 않다.

협회는 신중해야 한다. 과연 탈퇴가 최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협회는 개별 기업과 다른 위상을 갖는다. 전체 인터넷 기업을 대표한다. 사실상 대다수의 인터넷 기업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기업과 협회의 발언은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협회의 '연구반 보이콧'은 더 이상 논의가 무의미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도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 합의가 목적인 연구반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망 중립성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타협점을 찾자고 정부가 칼자루를 쥔 이상 결과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협상 자체를 산업계에 맡기고 정부는 심판 역할만 했어야 했다. 연구반 모양새가 좋지 않을수록 결국 비난의 화살은 정부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