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터 증설부터 난관...중장기 원전정책 출구 못찾나

월성원전 주민설명회 잇단 취소
타지역 공론화도 앞둬 첩첩산중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계획도
민관 갈등 장기화로 장담 못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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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관리기본계획' 등 사용후핵연료 정책 수립을 위한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주민 반발로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당장 공사 시한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성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주민설명회는 몇 차례 취소됐다. 여기에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설립 절차를 만들기 위한 숙의도 지지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기본계획 숙의를 끝낸다는 목표다. 그러나 민-관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중장기 원전 정책이 난관에 부닥쳤다. 특히 '탈원전' 논란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논의도 지지부진, 원전 생태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정부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따르면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오는 12일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 건설을 위한 경주 양남면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주민설명회는 애초 지난달 2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그러나 이날 주민설명회도 정상 개최 여부는 불확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은 월성원전 맥스터 부지가 위치한 지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재검토위원회는 주민 수용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시민참여단과 별도로 양남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두 차례나 취소됐다. 5월 28일에는 경주시민 200여명이 서라벌문화회관에 모였지만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단상을 점거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공론화가 장기화하면서 더욱 꼬이고 있다. 울산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는 지난 6~7일 주민 대상 투표를 실시했다. 울산은 월성원전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가 아님에도 반대에 나선 셈이다. 특히 탈핵·시민단체 등이 투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주민투표를 시행, 법적 효력이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의견 수렴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민투표를 공식으로 실시하지 않았지만 5만명 가까이 낸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수용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를 위한 첫 단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부산 기장, 경북 울진, 전남 영광, 울산 울주에서도 임시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공론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부산시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은 지난달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했다.

정부는 또 내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도 확립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만 있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만들지 못했다.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에 불과하다. 이 중 원전 24기를 운영하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7개국은 원전을 6기 이하로 운영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후 습식저장시설에 6년 동안 냉각한다. 이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긴 후 공기로 열을 식힌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건식 임시저장시설 용량 33만다발 가운데 32만2200다발은 이미 핵연료로 채워졌다. 97.6%가 포화상태인 셈이다.

습식저장시설 포화율도 고리 1~4호기 94.2%, 월성 2~4호기 87.2%, 한울 1~6호기 84%, 한빛 1~6호기 71.4%, 신고리 1·2호기 50.9%, 신월성 1·2호기 49.7%, 신고리 3·4호기 12.6% 순이다.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를 제외하고는 포화율이 70%를 넘는다.

영구처분시설 건립을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 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더 극심한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영구처분시설은 중·저준위 방폐장과 고준위 방폐장으로 나뉘는데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주민 저항은 특히 거세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전북 부안군에 고준위 방폐장을 포함한 영구처분시설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주민 시위로 무산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2차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숙의를 2개월 안에 끝내고 싶지만 아무 진통이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2차 기본계획에서는 부지 선정을 하지는 않고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와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 관련 사항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