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셋 상용화에 4년, 세계 최초 양자보안폰 '소부장' 기업 있었다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계 최초 양자보안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에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기술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4년 이상 지속된 대·중소기업 협력 성과가 모바일용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이라는 새로운 혁신 부품 탄생으로 이어졌다.

팹리스 기업 '비트리'는 2016년 SK텔레콤 양자연구소(퀀텀 테크랩) 제안을 받고 IDQ 등과 공동 개발에 착수, 올해 모바일용 QRNG 칩셋 상용화에 성공했다.

QRNG 칩셋은 내부 LED 광원부가 빛(양자)을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하는 구조다. 초기 USB 메모리 스틱 형태 시제품에서 시작해 새끼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소형화가 이뤄졌다.

김희걸 비트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처음에는 양자난수생성 기술을 반도체 칩셋 형태로 구현하는 게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면서 “SK텔레콤의 적극적 개발 지원에 힘입어 칩셋 크기를 줄이고 엄격한 신뢰성 수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SK텔레콤과 비트리는 2018년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가로세로 5.0×5.0㎜)과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2.5㎜)을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QRNG 칩셋에는 비트리 설계 기술과 아이에이네트웍스 패키징 기술이 응집됐다. 칩셋 내부에는 제3자가 칩셋을 물리적으로 해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동 클럭(속도) 조절 기능 △부품 별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 등도 구현했다.

비트리는 SK텔레콤(IDQ), 삼성전자 품질팀과 지속 논의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 품질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칩셋 설계 및 테스트를 거듭했다. 칩셋 두께를 1㎜ 단위로 줄이며 부품 설계를 변경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완전한 무작위성(Randomness)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도 6개월에 걸쳐 100만번 가까이 했다. 테스트마다 LED 광원부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 픽셀 각도를 조절해 최적의 조건 값을 찾았다.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비트리에서 설계한 SK텔레콤 QRNG 칩셋

SK텔레콤은 5세대(5G) 이동통신 초연결시대를 맞아 보다 많은 분야 글로벌 기업이 양자보안 기술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고 있다. IDQ, 비트리와 개발한 QRNG 칩셋을 글로벌 스마트폰, IoT, 자율주행 기업으로 공급하는 신사업 역시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 양자보안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