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글로벌 6G 전쟁 막올라

[이슈분석] 글로벌 6G 전쟁 막올라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앞다퉈 기술 선점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도 6G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에 시동을 걸었다. 6G 세계 최초 상용화는 물론 국제 표준을 선점하고 스마트폰,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는다는 목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이 6G 기술 개발 및 표준 선점 행보에 돌입했다. 미국의 반(反)화웨이 정책을 통해 통신기술이 국가 경쟁력 핵심 요소임이 입증되면서 6G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주요국은 R&D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고위험 R&D로 미·중, 유럽 등은 초기 R&D는 정부가 견인하고 어느 정도 시장이 성숙된 이후 민간투자를 연계한 선 순환적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5G 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는 판단 아래 일찌감치 6G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G 기술의 조기 실현을 위해 반드시 6G 선도국이 돼야 한다고 공언했다.

2017년부터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퀄컴 등이 참여하는 장기 6G R&D에 착수했다. DARPA는 인터넷,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을 최초 개발한 곳으로 6G와 관련해서도 파급력이 큰 성과를 도출할 지 관심이다.

중국은 2018년 5년 단위 6G R&D 전략을 수립, 과학기술부(MOST) 주도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6G 전담 공식 기구가 출범했다. 네트워크 및 광·위성 통신과 관련 국책과제에 4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화웨이가 첨병 역할을 한다. 2018년부터 5G·6G 병행 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 8월 캐나다 오타와에 6G 연구조직을 설립, R&D 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

유럽에선 핀란드가 오울루 대학 주도로 6G 플래그십을 설립했다. 오울루·알토 대학, 핀란드 기술연구센터, 노키아, 인터디지털 등 협업체계를 구성, 보안기술 내재화 기반 6G R&D에 착수, 8년 3000억원을 투입한다.

일본도 속도를 내고 있다. 5G 생태계 조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경쟁에 뒤쳐졌다는 인식에 따라, 6G 주도권 확보를 위해 1월 민관연구회를 발족한데 이어 '6G 실현 종합전략을 마련, 발표를 앞두고 있다. 소니, NTT 도코모가 미국 인텔과 6G R&D 파트너십을 체결, 협력 방안을 수립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 체계도 수립했다.

국제표준 선점 경쟁도 달아올랐다. 6G 표준화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ITU가 내년 6G 국제표준 개발에 착수, 6G 비전/요구사항 및 6G 후보 기술 제안·검증·승인 과정을 밟는다. 3GPP는 6G 기술표준화를 추진한다. ITU에서 6G 비전/요구사항이 결정되면 6G 세부 기술규격을 개발한 후 다시 ITU에 제출한다.

5G 상용화 기술이 3GPP 기술표준으로 단일화됨에 따라, 화웨이, 퀄컴, 에릭슨, 삼성전자, LG전자 간 3GPP를 통한 표준필수특허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중, 유럽은 4G·5G 표준화 경험을 바탕으로 6G 핵심특허·기술 선점에서도 벌써부터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AT&T는 ITU 이동통신 분야 전문 연구반(ITU-R WP5D) 의장을 맡으며 이동통신 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ZTE를 중심으로 6G에 대응 중이며, 6G 표준 사전 작업인 미래기술동향 보고서 개발을 ITU에 제안한 상태다. 핀란드는 노키아가 3GPP/ITU를 통해 6G 표준화에 착수할 준비를 마쳤고 일본도 민관연구회를 통해 표준화 연구에 들어갔다.

6G 국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선 3GPP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GPP는 5G 상용화를 기점으로 통신 및 다른 산업계 참여가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45개국 700개 기업이 3GPP에 몸담고 있다. 3GPP가 표준 제정이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분야는 가입자수가 많고 신흥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대규모 단말·장비 시장 선점을 위한 표준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3GPP는 글로벌 기업이 표준특허 확보에 중요한 표준화 아이템을 우선 표준화하는 등 기득권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현재 3GPP 전체 기고의 70% 이상이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퀄컴, 인텔, 삼성전자, ZTE, LG전자, NTT도코모 등에 편중됐다.

즉, 3GPP 표준화 영향력 확대에 따라 3GPP 표준화 참여도가 높은 국가, 기업일수록 6G 시장 진입이 더욱 용이하다. 우리나라는 3GPP에 이동통신 분야 대기업과 연구기관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 수가 26개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의 참여 비중이 낮은 편이다.

3GPP는 ITU와 달리 회원별 의결 행사 구조로 국내 회원사가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확대된다. 유럽, 미국 등은 회원사 간 펀드를 조성, 3GPP 회의를 자국에 다수 유치함으로써 자국 대표단의 국제표준화 활동 기반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를 주축으로 3GPP 활동 저변을 확대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력을 구사, 3GPP 의장단 확보와 주요 표준화 작업을 선도하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간헐적으로 회의를 유치할 뿐이다.

3GPP 활동 범위를 기존 대기업(통신시장)에서 중소기업(융합시장)으로 확대하고 6G 시장에서 강소기업이 신속·경쟁력 있는 사업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육성·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