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디스플레이 굴기' 냉철한 대응을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계속되고 있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투자, 거대 시장을 앞세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차세대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 BOE는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0'에서 13.6인치 양자점(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였다. BOE가 공개한 시제품의 휘도는 120니트(nit) 수준이어서 아직 기술 수준이 낮고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1만 대 1에 이르는 명암비와 100%(NTSC 기준)의 색 재현성을 구현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SID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계 기술 개발 동향과 미래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격전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2000년대 들어 SID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의 득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에 BOE가 선보인 QD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9년 CES에서 일부 고객사에만 시제품을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2년 안팎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을 시사한 셈이다. 무엇보다 BOE가 QD 디스플레이 시장 진입을 공식화하고, 일반 대중에게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 전용 생산 라인인 Q1 구축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부터는 월 3만장 수준으로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제 막 시제품을 공개한 BOE의 기술 수준을 고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할 수만도 없다. 선제적인 투자와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확보하는 것만이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고 지키는 길이다. 냉철한 분석과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