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공공 사설인증' 시장 뛰어든다

은행, 자체 인증서 공공영역 접목
금결원 중심 '뱅크사인'도 고도화
제2 통합인증 거대 플랫폼 추진
이통사·빅테크 공세에 반격 나서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사설인증 채택 사업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KB국민은행을 필두로 금융사 진영이 이동통신사·핀테크·빅테크 업계의 공세에 대반격을 시작했다. 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부 팀원이 KB 모바일 인증서 솔루션을 시연하며 외부 연계 추진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정부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사설인증 채택 사업자 선정을 앞둔 가운데 KB국민은행을 필두로 금융사 진영이 이동통신사·핀테크·빅테크 업계의 공세에 대반격을 시작했다. 7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부 팀원이 KB 모바일 인증서 솔루션을 시연하며 외부 연계 추진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금융권이 공공사설인증 시장을 놓고 빅테크·핀테크 업계와 한판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연말정산 등 공공 영역에 사설인증 적용이 예정된 가운데 금융권이 대체인증 고도화 작업에 나섰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자체 모바일 인증서를 공공 영역에도 쓸 수 있도록 플랫폼 고도화에 착수했다.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모든 은행이 참여하는 통합 인증서비스도 추진된다.

8일 금융·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면 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공공 부문에 적용할 사설인증사업자 모집에 나선다.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 경험을 통해 내재화한 편의성과 범용성, 한층 강화된 보안성을 앞세워 공공 시장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5개 계열사 6개 플랫폼 내 KB 모바일 인증서 연동 로그인 구축을 완료했다. KB손해보험, KB저축은행, KB생명보험, KB증권, KB국민카드 통합 플랫폼 연동화 작업을 마쳤다. 이동통신사 통합 플랫폼 PASS와의 격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는 물론 유심칩 저장 방식 모두를 지원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알뜰폰(MVNO) '리브M' 채널과 협업 체계를 수립하고 국민은행 등이 보유한 금융 서비스 경험을 극대화한다면 통신사와 빅테크 인증서 범용성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현재 KB 모바일 인증서 발급자 수는 470만명이다. 통신사 패스 사용자 3000만명 대비 6분의 1 수준이다. KB금융은 이 같은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계열사 연동 작업을 완료했고, 임시비밀번호(OTP) 등 보안 매체 없이 최대 1일 5억원까지 이체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확장했다.

인증서 유효기간도 없어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타 인증서 대비 번거로움을 없앴다.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보안 강화를 적극 어필, 정부 공공사이트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 모바일 인증은 금융실명법을 바탕으로 하는 본인 명의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서로, 공공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타 인증서와 달리 세 가지 이상 본인확인 방법을 보유한 유일한 인증서”라고 강조했다.

금결원 중심으로 은행 공동 인증서인 뱅크사인도 고도화된다. 빅테크와 핀테크 사업자 경쟁력을 넘어서기 위한 은행권 협력 진영이 새롭게 구축된다.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금결원으로 이관된 뱅크사인 플랫폼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금결원은 시중 은행과 협력 진영을 구축, 공공 영역으로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결원 관계자는 “정부 시범사업은 물론 공공 영역에 적합한 인증체계 표준화 확립을 위해 금융사와의 협의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뱅크사인에 블록체인 인프라 등을 융합, 은행 공동 인증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외에 금융투자(23곳), 보험사(26곳) 등이 금결원 인증 업무에 참여하고 있어 뱅크사인을 전방위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사가 연대해 사실상 제2의 통합 인증 거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통사 PASS와 빅테크 부문 네이버인증서, 카카오페이 인증, 핀테크 부문 토스인증서 등이 이용 고객 측면에서 우세하지만 보안 등 세부 조건을 비교할 경우 금융권 인증서 경쟁력도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 IBK기업은행, 하나은행도 자체 인증서를 내놓고 공공 영역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우리은행 등도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설인증 시장이 초기인 만큼 조만간 보유한 경쟁력이 뚜렷하고 고객을 많이 확보한 곳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이통사와 빅테크가 다소 유리하게 보이지만 영업망이나 금융 서비스 경험을 갖춘 금융사가 협력할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만간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하는 전자서명 운영업무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사설인증에 한해 공공 사이트별로 원하는 인증을 도입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사설인증을 안정 운영하도록 공통 기준을 마련, 공공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시중 사설인증서 현황(자료-본지 취합)

금융권도 '공공 사설인증' 시장 뛰어든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