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ARM 인수…'AI 반도체' 진격 전망

400억달러 규모 메가딜 성사
업계 “韓 영향 미미…변수 대비해야”

美 엔비디아, ARM 인수…'AI 반도체' 진격 전망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을 400억달러(약 47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이후 인공지능(AI),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당장 국내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엔비디아는 계약금 20억달러를 ARM에게 지급하고, 100억달러 현금, 215억달러는 엔비디아 주식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ARM 지분을 이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펀드를 통해 지난 2016년 320억달러에 ARM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번에 엔비디아에 매각을 하면서 손 회장은 4년만에 약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 차익을 챙겼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양사간 거래는 반도체 업계에서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금액으로 이뤄졌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이 계약은 AI 시대에 입지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정의 회장은 “엔비디아는 ARM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오랜 기간 ARM에 투자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로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 진출에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ARM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설계 IP 업체다. 이 회사는 중앙처리장치(CPU) 속에서 일꾼 역할을 하는 코어가 어떤 동작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명령어 꾸러미인 명령어집합구조(ISA)를 잘 만든다.

ARM이 만든 생태계는 세계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기 칩 ISA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닌다.

최근 ARM은 모바일용 IP 외에도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제작된 일본 후지쯔 프로세서 'A64FX'를 탑재한 슈퍼컴퓨터 후카쿠는 올 6월 가장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 '톱500' 리스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ARM 기반 슈퍼컴퓨터는 지난해 1억4500만달러에서 연평균 61.9% 성장해 2024년 16억2000만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연간 매출의 24%를 연구개발비에 쏟아붓는 등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주력으로 AI·고성능 컴퓨팅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미래 반도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이번 인수 이후 GPU뿐 아니라 고성능 기기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평가한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대형 인수합병 이후 일어날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것이라는 루머도 있었지만 완성품부터 설계 IP까지 독식하려 한다는 업계 우려와 인수 이후 ARM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당장 ARM 인수가 국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논리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