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방지 위해 암호화폐 지연이체 고려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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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암호화폐 지연이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제기된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통해 암호화폐거래소에 이 같은 의무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22일 전자금융거래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연이체를 의무화하고 있다. 거액의 자금을 이체할 경우 실제 이체까지 시간을 두는 방식이다. 지연이체로 즉시 돈이 해당 계좌로 이체되지 않기 때문에 불의의 금전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체지연 시간 동안 오입금, 착오입금을 인식한 이용자가 신고하면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에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킹,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발생하는 암호화폐 이체를 일정기간 지연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소수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지연이체를 적용하는 수준이다.

물론 국내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적용, 보이스피싱 등 암호화폐 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이상거래를 감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는 거래소가 늘어났다.

그러나 AML이 암호화폐 지연이체를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연이체와 같은 강화된 보안조치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거래소가 아닌 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해킹, 보이스피싱 범죄를 억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AML은 모니터링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 이상거래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금융권에 정착된 지연이체처럼 암호화폐 이체를 일정시간 보류하는 강력한 방법으로 보완해야 한다”면서 “이용자가 범죄를 인식하고 이를 취소하는 데에는 2~3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연이체로 보이스피싱, 해킹 피의자 범죄행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근거법이 없는 암호화폐 업계에선 이 같은 제도 신설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곧 공개될 특금법 시행령에서 지연이체에 대한 규정이 포함될 지는 미지수다. 거래소 이용자 불편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선행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