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쌀 때 사자” 폭증하는 증시 대기자금

코로나19는 국내 증시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매년 투자자가 감소했으나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직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쌀 때 사자'는 심리로 투자자가 유입됐고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대규모 매수로 맞서면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 증시 예탁금은 24조~28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말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늘면서 예탁금이 일시적으로 30조원을 기록한 날도 있었으나 대체로 이 범위를 유지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지수가 폭락했지만 예탁금은 이와 반대로 늘기 시작했다. 코스피 지수는 2262.64(1월 20일 종가)에서 1457.64(3월 19일 종가)로 약 두 달 만에 무려 35.5% 하락했다.

지수가 폭락하는 기간 동안 개인은 순매수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증시가 본격적으로 폭락한 2월 18일부터 3월 19일까지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단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도해 대조를 이뤘다.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와 순매도가 교차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우량주가 다수인 코스피 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주식투자를 위해 유입된 대기 자금도 증가했다. 2월 18일 기준 증시 예탁금은 29조304억원에서 3월 19일 38조3667억원으로 한 달 만에 무려 32.1% 증가했다.

3월 19일 증시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반등을 시작하면서 증시 예탁금은 지속 증가했다. 3월 24일 40조9912억원 기록하며 첫 40조원대 진입했고 첫 50조원대에 진입(6월 26일)하기까지 불과 석 달이 걸렸다. 8월 31일 첫 60조원대를 기록(60조5270억원)해 한 달 만에 10조원이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9월 22일 기준 55조6439억원을 형성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특히 8월에 증시 예탁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의 상장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2일 상장한 SK바이오팜이 화제가 되면서 8월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증시에 몰렸다.

실제 9월 1일과 2일에 실시한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증시 예탁금이 조금씩 증가했다. 특히 8월 28일 예탁금이 54조7561억원에서 31일 60조5270억원으로 불과 1 거래일만에 약 6조원이 급증했다. 청약금이 환불된 9월 4일 예탁금은 63조258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IPO는 새로운 주식투자 인구를 유입하는 효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창구였던 삼성증권의 경우 당사에 몰린 청약증거금 23조원 중 신규자금(8월~9월 2일 신규입금 기준)이 19조3000억원으로 8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신규고객(청약자 중 8월 신규고객)은 2만6000명으로 전체 청약자의 19%에 달했다.

청약 환불금 중 상당수는 그대로 증시 예탁금으로 남아 다른 투자처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경우 카카오게임즈 청약 후 환불금 지정 계좌로 은행계좌를 지정한 고객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환불금의 88%가 증권시장에서 다른 투자처를 모색한 셈이다.

내달 중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앞뒀고 카카오뱅크도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증시는 미국 대선을 앞둔 정치 불안과 추가 부양책 문제,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연일 하락세다. 증시가 하락하면서 상장을 앞둔 일부 기업이 IPO 일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기관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경기부양책 우려, 증시 상승에 일조했던 전기차와 수소차발 악재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쳤고 구체 내용이 없던 FOMC도 정책 테마 상실을 일으켰다”며 “이달 말 여러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예상됐고 현실화됐지만 아직 저금리 기조 유지 등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은 계속되고 있어 대형주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