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의선 시대' 미래차 넘어 도심항공까지 '모빌리티' 사업 날개 펼친다

자율주행·커넥티드·친환경차 등
부회장 재임 기간 '모빌리티' 주도
차세대 배터리·자율주행 개발 속도
로보틱스·스마트시티 구상 구체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취임은 코로나19 등 대내외 경영환경 어려움을 신속히 극복하고 그룹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데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미 국내외 업계 안팎에선 정의선 회장 선임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왔다. 지난 2년여 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설정, 친환경 전동화, 모빌리티 서비스 등 이전에 없었던 과감한 혁신적 시도를 이끌었다.

이제는 정 회장이 부회장 재임 기간 내내 주도했던 미래와 혁신이 어느 방향으로 결실을 맺을지, 세계 자동차 업계가 처한 위기와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극복해갈 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이슈분석] '정의선 시대' 미래차 넘어 도심항공까지 '모빌리티' 사업 날개 펼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에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 경쟁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선전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도 지난 3분기까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9.4%, 8.8% 축소됐다.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현대차가 29.5%, 기아차는 47.7% 줄었다.

이런 시장 상황에도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그 어느 산업보다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현대차그룹은 미래 변화와 혁신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모빌리티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며 모빌리티 산업은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형태로 재편 중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그룹의 핵심 기술과 역량을 쏟아내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새로운 각오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의선 회장 체제는 인류 사회 전반의 변화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은 자동차산업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그 동안 글로벌 전문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 개발을 진두지휘 했다.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정의선 회장은 수소의 다양한 활용으로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연료전지시스템은 선박이나 열차, 도심형 항공기, 빌딩, 발전소 등 일상의 모든 영역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수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신형 전기차 모델들을 연이어 출시한다. 전용 전기차 모델이 상품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판매를 견인할 수 있도록 전사적 협업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PE(Power Electronics) 부품의 경쟁력 확보 노력도 한층 가속화할 방침이며, 국내외 배터리 전문 기업들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 3월 앱티브와 공동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2023년 '레벨4' 수준의 혁신적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 하드웨어 컴퓨팅 기술과 소프트웨어, 로보택시 운영 노하우 등도 적극 내재화시킨다는 계획이다.

향후 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로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이 분야 글로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 본격적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또한 커넥티비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술 등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구상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싱가포르 서부 주롱(Jurong) 지역의 주롱 타운홀에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식을 개최했다. 베 스완 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장(왼쪽부터), 안영집 주싱가포르 한국대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대사.
현대차그룹은 지난 13일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와 싱가포르 서부 주롱(Jurong) 지역의 주롱 타운홀에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기공식을 개최했다. 베 스완 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장(왼쪽부터), 안영집 주싱가포르 한국대사,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대사.

현대·기아차는 이미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인도의 올라(Ola), 한국의 포티투닷(42dot) 등에 투자해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빌리티 전문 기업인 모션(Mocean)과 퍼플엠(PurpleM)을 설립,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기업과 이종산업과의 개방적 협력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힘을 모아 인류에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고, 고객의 행복한 일상을 돕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