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포스트코로나' 시대 'IT'가 답이다

언택트 시대 '랜선' 마케팅이 대세로 떠올랐다. 프로스포츠 무대도 마찬가지다. 선수 움직임 하나하나에 함께 호흡하며 환호하던 관중 대신 랜선을 통한 언택트 응원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 분위기는 2021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스폰서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랜선 마케팅의 적극적인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올랐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7일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배구 정규리그 개막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하고 있다. 선수들 뒤로 랜선응원 모니터가 보인다. 2020.10.17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17일 장충체육관에서 프로배구 정규리그 개막전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를 무관중으로 하고 있다. 선수들 뒤로 랜선응원 모니터가 보인다. 2020.10.17

올 시즌 프로골프 무대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 취소가 잇따르며 정상적인 시즌 운영에 대한 우려도 컸다. 남녀 무대 모두 상반기 메이저 대회들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하반기에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다.

2021년은 어떨까.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해결책이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백신 개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올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최대한 취소됐던 대회를 다시 개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프로골프협회 관계자는 “올해는 갑작스런 팬데믹 현상으로 스폰서와 협회 모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내년은 얘기가 다르다”며 “코로나를 핑계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스폰서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관심을 끌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프로골프 시장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해답은 이미 눈앞에 있다.

언택트 시대 주류로 등장한 랜선 관람에 대한 확대와 뉴미디어를 활용한 노출이다. 언택트 시대에서 뉴미디어는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LG유플러스가 진행해온 'U+골프' 서비스를 통한 특정선수 경기 영상 중계 및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 스윙 영상 서비스 등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랜선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잘 활용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삼성의 온라인 언팩 행사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5일 열린 온라인 언팩 행사에서는 약 300명의 전 세계 갤럭시 팬을 영상으로 연결해 분위기를 띄웠다. 온라인으로 행사를 지켜본 관람객은 56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오프라인 언팩 행사에 3000~4000명이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1만 배가 넘는 이들이 함께 한 셈이다.

프로스포츠 무대에서도 온라인 관람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프로배구연맹(KOVO)은 지난 8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코보컵 때 랜선 응원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회의시스템 줌(ZOOM) 서비스를 이용, 경기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팬들의 응원모습을 실시간으로 노출해 분위기를 띄웠다. 프로축구 역시 뉴미디어를 활용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팬들과 스킨십을 이어가며 언택트 마케팅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프로골프 시장은 아직 뉴미디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여전히 공식 동영상 채널이 없다.

한 포털 스포츠콘텐츠 서비스 담당자는 “KPGA 측에 공식채널을 통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등 뉴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제안을 했다”며 “프로스포츠 중 공식 영상채널이 없는 종목은 남자골프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스폰서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골프용품사 마케팅 담당자는 “국내 프로골프 시장에서 여자무대가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퍼포먼스 측면을 봐도 남자골프의 장점이 큰데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채널을 통한 대회 중계와 언론을 통한 기사 노출은 이제 스폰서에게 큰 메리트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 했다.

골프라는 종목 특성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골프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의 규모가 야구장이나 축구장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 넓은 경기장에 선수들이 흩어져 경기를 치르는 만큼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까다로운 종목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단점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뉴미디어라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프로골프대회 중계에 참여했던 한 PD는 “TV가 모든 걸 담아내는 게 불가능 한 종목으로, 18개 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주요 선수에 대해 전담 카메라를 붙이더라도 TV에서 그걸 다 보여줄 수 없다”며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한 주요 선수 중계 등 다른 앵글도 시도되는 데 이런 콘텐츠가 뉴미디어를 통해 제대로 서비스되면 여러 시너지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용품 하나하나가 모두 상용품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건 골프가 유일하다”며 “단순한 노출 이외에도 뉴미디어를 활용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국내 프로골프 무대는 이번 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제 2021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프로골프 시장의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다.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스폰서의 불안감을 기대로 바꾸는 방법을 찾는다면 IT를 통한 뉴미디어 활용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