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美 제재에도 해외 인재 영입 지속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美 제재에도 해외 인재 영입 지속

중국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해외 인재 영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핵심 칩 제조 사업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실리콘은 각종 글로벌 채용 사이트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리고 핵심 인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하이실리콘 본사가 위치한 중국 현지가 아닌 벨기에, 러시아 등 해외 R&D 거점 지역 곳곳에서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실리콘은 주로 인공지능(AI) 칩 관련 인력 채용을 시도하고 있다. 한 예로 하이실리콘은 AI 연구 책임자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채용하고 있다.

하이실리콘 채용 공고. 러시아, 벨기에, 캐나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링크드인 갈무리>
하이실리콘 채용 공고. 러시아, 벨기에, 캐나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링크드인 갈무리>

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 연구를 담당할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이 공고에서 하이실리콘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하이실리콘 '기린' 칩 R&D 팀에서 함께 일할 인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와 러시아는 우수한 AI 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벨기에 지역에서는 패키징 관련 연구 인력을 찾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산하 칩 설계 회사로, 스마트폰 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985',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활용해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키텍처를 탑재한 '기린990' 5G 칩 등을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하며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 알렸다. 지난해 1분기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 랭킹 10위에 진입하는 등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화웨이 기린 칩. <사진=하이실리콘>
화웨이 기린 칩. <사진=하이실리콘>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하이실리콘은 미국과 중국 정부 간 무역 전쟁으로 화웨이가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운영 체계가 마비됐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의 첨단 공정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칩 생산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신규 시스템온칩(SoC) 기린9000을 끝으로 화웨이 기기에 기린 칩을 넣을 수 없게 됐다”면서 “미국 제재로 9월 15일 이후 화웨이 스마트폰용 칩을 생산할 방법이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중국 현지에서 개발 조직을 운영할 동력을 잃으면서 하이실리콘 개발 인력 다수가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이실리콘 채용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실리콘이 당장 칩을 생산할 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되는 국면 전환에 대비, 해외 거점에 핵심 인력을 심어 두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개발 의지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해외 거점은 물론 현지에서도 여전히 하이실리콘 칩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반도체 설계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하이실리콘에서 칩 개발이 어렵게 되자 회사를 나간 직원들이 화웨이 주변에 설계 회사를 만든 뒤 성과물을 다시 하이실리콘에 납품하는 형태로 R&D를 이어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은 마치 '중국 주식회사'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